晏 : 편안할 안, 子 : 아들 자, 御 : 말부릴 어
풀이
안자의 마부라는 뜻으로, 실력도 없으면서 배경을 믿고 으스대는 것을 말한다.
유래
안영(晏嬰)은 제(齊)나라의 영공(靈公), 장공(莊公), 경공(景公) 3대 임금을 섬기며 어진 정치와 올곧은 처신으로 위아래의 신망을 한몸에 받았던 명재상이다. 그가 출입할 때 타는 마차를 모는 마부는 그처럼 대단한 큰 분을 모시는 일에 대단한 긍지를 느껴 항상 만족스럽고 자신감 넘치는 밝은 얼굴이었으며, 혹시라도 마차 근처에 철없는 아이라도 접근하면 호통을 쳐서 물리치곤 했다. 그러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자기가 무슨 대단한 벼슬이라도 가진 것처럼 거들먹거리는 습관이 생겼다.
하루는 마부의 아내가 남편이 재상을 모시고 입궐하는 광경을 보게 되었다. 마차의 큰 차양 아래 버티고 앉아 의기양양하게 말에 채찍질을 하는 남편을 한심스럽게 바라보던 그녀는 저녁에 돌아온 남편에게 느닷없이 이혼을 요구했다.
“아니, 임자.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오?”
마부가 눈이 휘둥그레져서 묻자, 아내는 쌀쌀맞게 대꾸했다.
“무슨 소린지 몰라서 물어요? 당신하고 못 살겠으니 헤어지자는 거지요.”
“별안간 왜 그러오.”
“상공께서는 키가 여섯 자도 못 되는데도 한 나라의 재상이 되어 세상에 그 명성을 날리고 계십니다. 그런데도 오늘 입궐하시는 모습을 살펴봤더니 가슴에는 큰 뜻을 품었으면서도 겉으로는 자신을 낮추는 겸손이 몸에 배여 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저절로 존경심이 우러날 지경이었습니다. 그런데도 당신은 어떤가요. 키가 여덟 자나 되는 허우대를 가지고 고작 남의 마부 노릇이나 하고 있으면서도 무슨 대단한 벼슬이나 하고 살고 있는 것처럼 자신만만하게 거들먹거리잖아요. 당신을 보니 하도 한심스럽고 슬퍼서 하루 종일 기분이 좋지 않았답니다. 당신이란 사람은 겨우 그릇이 그것밖에 되지 않으니, 내가 앞날에 뭘 기대하고 살아야 하지요? 그래서 일찌감치 이혼하려는 거예요.”
아픈 데를 찔린 마부는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었다. ‘그래, 아내의 말이 옳다. 내가 내 분수를 모르고 살아 왔어. 앞으로는 겸손한 태도를 가져야지.’ 이렇게 깨달은 마부는 그때부터 사람이 달라졌다. 주인을 더욱 존경하고 편안히 모실 뿐 아니라 어떤 사람들한테도 온화하고 겸손한 태도로 대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하자 우선 자기 마음이 그렇게 평온하고 즐거울 수가 없었고, 다른 사람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받는 것이 기뻤다. 자신도 미처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아하! 사람이 사람다워지고 남한테 인정을 받으려면 이래야 하는구나.’
마부의 그런 변화를 안영이 눈치채지 못할 리가 없었다. 그래서 그 까닭을 물어본 안영은 자초지종 이야기를 듣자 이렇게 말했다.
“자네는 내가 수백 권의 책을 읽고 깨달은 것을 단번에 깨달았군 그래.”
얼마 후 안영은 자기 마부를 대부(大夫)의 벼슬에 앉혔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