阿 : 언덕 아, 堵 : 담 도, 物 : 물건 물
풀이
장애물이란 뜻으로, 돈을 가리킨다.
유래
진(晉)나라 때 왕연(王衍)이란 선비는 유명한 죽림칠현(竹林七賢) 가운데 한 사람인 왕융(王戎)의 사촌인데, 그도 역시 왕융처럼 벼슬을 마다하고 청담이나 즐기면서 세상으로부터 한 발짝 물러나 유유자적하게 살았다. 그런 왕연이건만, 자기 아내한테만은 꽉 잡혀서 오금을 펴지 못하고 살았다.
그의 아내는 성격이 괄괄하고 드세며 욕심이 많았다. 그렇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아무런 능력이 없는 남편한테 일쑤 불평과 잔소리를 퍼부었고, 악착같이 돈을 벌어 남편도 모르는 재산이 제법 있었다. 아내의 공박에 당할 대로 당하다가 왕연이 겨우 한다는 소리는 고작 이런 것이었다.
“임자, 나만 임자가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줄 아오? 내 친구 이양(李陽) 역시 임자가 이러는 것을 지나치다고 보고 있다오.”
이양은 유주(幽州) 자사를 지낸, 왕융과는 한 고향 출신의 친구였다. 그 이양은 친구가 아내한테 기죽어 사는 것을 늘 못마땅하고 안타깝게 생각해 친구 아내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았다. 그래서 친구한테 이렇게 말하곤 했다.
“자넨 성품이 너무 유해서 탈이야. 그러니까 가장(家長)의 권위도 못 찾아먹지. 언제든 한번 내가 자네 집에 갔을 때 아주머니를 긁어 성질을 부리도록 충동질해 보게. 내가 아주 호통을 쳐서 다신 자네한테 못 그러도록 만들 테니.”
왕연의 아내도 이양이 자기를 벼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그의 이름이 남편 입에서 나오면 슬그머니 기를 죽이곤 했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이건 하루 이틀이지 남편이란 사람이 평생 가도록 먹고 사는 문제에는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을 것 같자, 그녀는 남편을 시험해 보기로 했다.
‘능력이 안 되니까 초연한 척하는 게지. 아무러면 돈도 모를까.’
이렇게 생각한 아내는 남편이 깊이 잠든 사이에 침대 둘레에다 돈을 빙 둘러 뿌려 놓아 거기 발을 딛지 않고는 못 나오도록 해 놓았다. 이윽고 잠에서 깨어난 왕연은 침대에서 나오려고 하다가 깜짝 놀랐다. 그리고는 밖을 향해 다급한 소리로 이렇게 외쳤다.
“임자, 이 ‘장애물[阿堵物(아도물)]’ 좀 치워 주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