視 : 볼 시, 吾 : 나 오, 舌 : 혀 설
풀이
내 혀를 보라는 뜻으로, 언변으로 천하도 움직이겠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다.
유래
전국 시대 위(魏)나라에 장의(張儀)라고 하는 선비가 살았다. 말솜씨와 완력과 총명을 두루 갖춘 그는 권모술수에 능한 귀곡선생(鬼谷先生)한테서 재주를 배우고 인정도 받았지만, 집안이 워낙 찢어지게 가난해서 남의 손가락질을 받고 살았다. 그와 동문수학한 친구로 강대국 진(秦)나라에 대항하기 위해 나머지 6국이 동맹을 맺은 이른바 ‘합종책(合縱策)’을 추진하고 성공시켜 6국의 재상을 겸임한 재사 소진(蘇秦)인데, 그 소진은 내심 자기 재능이 장의보다는 한 수 아래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아무튼 장의는 공부를 마치자 자기를 발탁해 줄 미지의 주인을 찾아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다가 초(楚)나라 재상 소양(昭陽)의 집에 들어가 식객 노릇을 하게 되었다. 하루는 소양이 임금으로부터 하사받은 ‘화씨벽(和氏璧)’이라는 진귀한 보석을 식객들한테 자랑하려고 술자리를 만들었다. 모두들 희한한 보물이라고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는 가운데, 언제 어떻게 인지도 모르게 그 화씨벽이 감쪽같이 없어져 버렸다. 그 바람에 분위기는 금방 썰렁해졌고, 모두들 보석을 찾느라고 야단법석이었다. 이때 어느 빙충맞은 작자가 소진의 귀에다 속삭였다.
“아무래도 가난뱅이 장의가 수상합니다. 그를 추궁해 보시지요.”
장의로서는 마른 하늘의 벼락이 아닐 수 없었다. 당장 꿇어앉혀져 추단을 받게 되자 자기 짓이 아니라고 극구 주장했으나 먹혀들어가지 않았고, 끝내 초죽음이 될 정도로 매를 맞았다. 소양도 증거가 있어서 장의를 지목한 것이 아닐 뿐더러 본인이 한사코 결백을 주장하므로, 하는 수 없이 방면하고 말았다. 그 추궁과 매질이 소양한테는 별일도 아니었겠지만, 장본인인 장의한테는 뼈골에 사무치는 봉변이 아닐 수 없었다.
‘이놈 소양아, 어디 두고 보자! 내 기필코 이 원수를 갚고야 말 테니.’
장의는 이를 갈며 일단 고향집으로 돌아갔다. 남편의 형편 없는 몰골을 본 아내는 울음을 터뜨렸다.
“아니, 누구한테, 어쩌다가 이 꼴을 당했어요 글쎄?”
그러자, 장의가 느닷없이 혀를 쏙 내밀어 보이고 엉뚱한 질문을 던졌다.
“임자, ‘내 혀를 보오.’ 아직 붙어 있소?”
아내는 기가 막혀 그만 픽 웃고 말았다.
“참! 붙어 있으니까 말을 하는 거 아녜요.”
“그럼 됐어. 몸이야 어디가 어떻게 되더라도 상관없지만, 혀는 절대 안 되지.”
그에게는 가장 중요한 것이 혀였다. 혀가 온전해야 가슴 속의 무궁무진한 책략을 표현할 수 있고, 그래서 천하를 움직일 수 있는 것이다. 몸을 추스린 장의는 그 길로 진나라에 달려가, 그야말로 혀 하나로 임금을 설복하여 일약 진나라의 재상에 발탁되었다. 그리고는 즉시 초나라의 소공에게 무시무시한 편지를 써 보냈다.
지난날 내가 너와 술을 마실 적에 나는 너의 구슬을 훔치지 않았건만 너는 나한테 혹독한 매질을 가하지 않았느냐. 이제 너는 너희 나라를 잘 지켜야 할 것이다. 이번에는 내가 너희 나라 성읍(城邑)을 훔칠 테니까.
이것은 오랫동안 가슴에 맺힌 원한을 펼쳐 보인 것이지만, 그냥 말만으로 끝내지 않았다. 최강국 재상이라는 입지를 십분 활용하는 능란한 외교 수완을 유감 없이 발휘해 6국으로 하여금 개별적으로 진나라에 복종하게 하는 이른바 ‘연횡책(連衡策)’으로써 일찍이 소진이 이룩한 합종책을 마침내 무력화시켜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