脣 : 입술 순, 亡 : 잃을 망, 齒 : 이 치, 寒 : 시릴 한
풀이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는 뜻으로, 서로 호응하지 않으면 똑같이 망하거나 어려워지게 되는 긴밀한 관계를 일컫는다.
유래
춘추 시대 말엽 패자(覇者)의 한 사람인 진(晉)나라 헌공(獻公)은 괵(虢)나라와 우(虞)나라를 집어삼킬 야심을 품고, 중신들을 상대로 계책을 물었다. 대부 순식(荀息)이 앞으로 나와서 말했다.
“괵나라와 우나라는 이빨과 입술의 관계나 다름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이 연합하여 대항할 가능성이 다분하고, 그렇게 되면 일이 순조롭지 못할 것입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가까운 우나라를 회유하여 길을 빌려 먼저 괵나라를 쳐서 항복을 받아 낸 다음에 그 여세를 몰아 우나라를 집어삼키면 될 것입니다.”
“우나라가 순순히 들을까? 이쪽의 의도를 짐작하지 못할 리 없을 텐데.”
“그렇더라도 시도해 볼 만하지요. 우나라의 군주 우공(虞公)은 재물이라면 사족을 못 쓴다고 합니다. 진귀한 보석과 좋은 말을 선사하여 우공의 탐욕을 자극하면 십중팔구 틀림없이 들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헌공은 주저했다. 그 두 가지 다 자기가 아끼는 귀중한 물건이기 때문이었다. 순식이 말했다.
“무얼 망설이는 겁니까? 우나라를 정복하게 되면 주었던 물건을 되찾아 오게 될 것 아니겠습니까? 지금은 단지 일시적으로 맡겨 두는 셈일 뿐이지요.”
그 말을 듣고서야 헌공은 순식의 기발한 제안을 채택했다. 선물을 가지고 우나라에 찾아간 사신은 우공(虞公)에게 이렇게 말했다.
“저희 임금께서는 지금 괵나라를 정벌하고자 하십니다. 그러니 전하께서 저희 군사들이 지나갈 수 있도록 길을 빌려 주시면 나중에 괵나라에서 얻은 재보의 절반을 드리겠습니다.”
이미 예물을 받고 기분이 매우 흡족한 우공이 그 제의를 받아들이려고 하자, 대신 궁지기(宮之寄)가 간곡히 말했다.
“전하, 괵나라는 우리와 한 몸이나 다름없습니다. 그 괵나라가 망하면 우린들 무사하겠습니까? 옛 속담에도 ‘덧방나무와 수레는 서로 의지하고[輔車相依(보차상의)], 입술이 없어지면 이가 시리다’고 했습니다. 우리와 밀접한 관계인 괵나라를 치려고 하는 진나라에게 어떻게 섣불리 길을 빌려 준다는 것입니까?”
공박을 당한 우공은 불쾌하여 얼굴을 찌푸리며 반박했다.
“경은 뭔가 오해하는가 보군. 진나라와 우리는 모두 주황실(周皇室)에서 갈라져 나온 한 집안 출신이오. 그런 관계인데 진나라가 우리한테 해를 입히겠소?”
“그럼 괵나라는 한 집안 출신이 아니란 말씀입니까? 마찬가지 관계지만, 진나라는 이미 한 집안의 정리를 저버린 지 오랩니다. 지난 일을 기억해 보십시오. 진나라는 같은 종친인 제(齊)나라 환공(桓公)과 초(楚)나라 장공(莊公)의 일족도 죽인 적이 있습니다. 그런 무도한 진나라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우공은 궁지기의 간언을 묵살하고 진나라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말았다. 실망한 궁지기는 매우 낙심하여 집으로 돌아가며 중얼거렸다.
“아아, 임금이 밝지 못하여 마침내 이 나라가 망하는구나!”
그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짐을 꾸리도록 하여 가족을 데리고 우나라를 떠나고 말았다. 그 해 겨울, 진나라군은 우나라를 지나가서 괵나라를 멸하고, 돌아가는 길에 단숨에 우나라를 공격하여 정복해버렸다. 포로로 잡혀 끌려가는 우공은 궁지기의 충언을 받아들이지 않은 자신의 잘못을 후회하며 머리를 짓찧고 싶었으나, 수레에 묶인 몸이라 그나마도 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