首 : 머리 수, 鼠 : 쥐 서, 兩 : 두 량, 端 : 끝 단
풀이
쥐가 머리만 내밀고 두리번거린다는 뜻으로, 얼른 결정을 못하는 우유부단 또는 이모저모 살피는 기회주의를 꼬집는 말이다.
유래
한(漢)나라 때 두영(竇嬰)과 전분(田分)이란 두 귀족이 있었는데, 두 사람 다 황실의 외척이었다. 위기후(魏其侯)란 작호(爵號)를 가진 두영은 5대 황제인 문제(文帝)의 처 두황후(竇皇后)의 친정 조카였고, 작호가 무안후(武安侯)인 전분은 6대 황제인 경제(景帝)의 처 왕황후(王皇后)의 이복 동생이었다. 처음에는 두영이 대장군으로서 지위도 높고 나이도 훨씬 위였기 때문에 전분은 그 앞에서 마치 아랫사람처럼 꿇어앉아 공경하는 태도로 일관했다.
그러나 문제가 죽고 경제의 시대가 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현임 황제의 처남인 전분은 차츰 신분이 존귀해져 재상이 되고 무안후로 봉작되면서 오히려 두영을 내려다볼 정도로 막강한 세력을 구축하기에 이르렀다. 말하자면 입장이 뒤바뀐 것이다. 경제가 죽은 뒤의 무제(武帝) 때, 하루는 조정의 문무대신들이 큰 잔치에 모였다. 술자리가 무르익었을 때 전분이 건배를 하자, 좌중의 사람들 모두 엎드리며 공경을 나타냈다. 그렇지만 뒤이어 두영이 건배를 했을 때는 몇 명만 호응했을 뿐 나머지는 마지못한 형식적 예우에 그치고 말았다. 그 꼴을 보고 심사가 뒤틀린 사람은 두영의 친구인 관부(灌夫) 장군이었다.
‘이런 소인 아부배들 같으니!’
관부는 짐짓 일어나서 이번에는 자기가 건배를 하기 시작했는데, 자기 자리에서 술잔만 쳐드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 앞에 찾아가서 건배하는 식이었다. 그리하여 전분의 앞에 가 술잔을 올렸으나, 전분은 이를 무시하고 마시지도 않은 채 잔을 놓았다.
‘흠, 그래. 좋다!’
관부는 마음에 새겼다. 그런 다음 소장파 장수인 정불식(程不識)에게 잔을 건넸는데, 그는 같은 무장인 이광(李廣)과 귓속말로 이야기하는 데 정신이 팔려 본의 아니게 무시한 것처럼 되고 말았다. 앞에서부터 화가 나 있던 관부는 정불식을 꼬투리 삼아 드디어 분통을 터뜨렸다.
“한참 아랫것들이 어른이 축배를 권하는데도 본 척도 않고 계집애처럼 귀엣말만 지껄이는 거냐!”
그 바람에 분위기가 갑자기 얼어붙자, 전분이 얼굴을 찌푸리며 관부를 보고 싫은 소리를 했다.
“아니, 관부 장군. 정불식과 이광은 동과 서 두 대궐의 경비 담당이라는 막중한 직책에 있는 장수들이오. 아무리 나잇살 더 자셨기로서니 너무 심한 말 아니오?”
“소장은 심했다고 생각하지 않소이다. 이 사람이 설령 오늘 죽는다 하더라도 저런 작자들은 안중에도 없소.”
관부가 정작 그 소리를 해 주고 싶은 상대는 전분 바로 그였다. 어쨌거나 관부가 휘저어 놓는 바람에 그 날 술자리는 흥이 깨져 버렸고, 사과하라거니 못한다거니 아옹다옹하다 보니 전분과 두영의 싸움으로까지 번지고 말았다. 결국, 이 일은 무제의 귀에 들어갔다. 무제는 조정 중신들이 파벌싸움을 벌인 것이 못마땅하기도 하고 걱정도 되었다. 그래서 다음날 아침 조회 때 거론하여 시시비비를 가리고자 했다. 그러나 누구를 보고 물어도 어느 쪽이 잘못했다고 딱 부러지게 대답하는 사람이 없었고, 모두 전분이나 두영의 눈치를 살피며 얼버무리는 것이었다. 무제는 마지막으로 한안국(韓安國)을 보고 물었다.
“경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한안국은 어사대부로서, 지금으로 치면 검찰총장쯤 되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한안국 역시 그 미묘한 국면에 어느 한쪽의 원한을 살 발언을 할 만큼 미련하지는 않았다.
“폐하, 황공하오나 양쪽 다 일리가 있어서 흑백을 가리기가 어렵습니다.”
그 대답을 들은 무제는 분위기로 봐서 신통한 대답을 듣기는 글렀다고 판단하여 조회를 끝내 버렸다. 내친 김에 두영 일파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 놓아야겠다고 속으로 잔뜩 벼르고 있던 전분은 황제가 자리를 떠나 버리는 바람에 수포로 돌아가자 애매한 한안국에게 버럭 소리를 질렀다.
“이 일은 시비가 분명한데, 공은 어째서 ‘구멍에서 대가리만 내밀고 이쪽저쪽 살피는 쥐새끼’처럼 처신하는 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