笑 : 웃음 소, 裏 : 속 리, 藏 : 감출 장, 刀 : 칼 도
풀이
웃음 속에 칼을 감추고 있다. 말하자면 좋은 인상을 보이면서도 내심은 악의를 품고 있다는 뜻이다.
유래
당(唐)나라 태종(太宗) 때 이의부(李義府)라는 인물이 있었는데, 글을 잘 짓고 업무 능력도 뛰어나 임금으로부터 두터운 신임을 받았다. 태종이 죽고 고종(高宗)이 즉위한 뒤 이의부의 벼슬은 더욱 높아졌고 임금의 신임 역시 더해졌다. 그것은 그 유명한 측천무후(則天武后)를 고종이 황후로 삼으려 했을 때 가장 적극적으로 찬성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언제나 온화한 웃음을 짓고 서글서글하며 태도가 겸손했지만, 가슴 속에는 이리 같은 사나움과 음험한 교활성을 감추고 있었다. 그래서 그의 가면적 인간성을 깊이 아는 사람들은 ‘웃음 속에 칼을 감추고 있는’ 사람이라고 쑤군거리고 두려워하며 가급적 상대하기를 피했다. 어느 날, 이의부는 감옥을 둘러보다가 사형수를 가두는 옥 속에 뛰어나게 예쁜 여자가 앉아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음심이 동했다.
‘죽게 내버려 두기에는 너무 아깝지 않은가!’
이렇게 생각한 그는 옥사장을 구슬려 그녀를 몰래 빼낸 다음 집에 데려가 첩으로 삼았다. 완벽을 기한다고 했지만,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 법이다. 이의부가 사형수 여자를 빼돌렸다는 소문은 입에서 입으로 번져갔고, 마침내 지금의 검찰에 해당하는 대리사(大理寺)에까지 알려졌다. 당장 이의부를 탄핵하는 상소가 올라가 일은 커지고 말았다. 이때 이의부의 진면목이 빛을 발했다. 중죄를 짓고 겁이 덜컥 난 옥사장이 자결을 했고, 사형수 도망 문제는 그 옥사장한테 몽땅 덮어 씌워져 이의부는 손끝 하나 다치지 않았던 것이다. 물론 그것은 고종이 그를 감싸고 돈 때문임은 말할 것도 없다.
“이것은 공정하지 못한 처사입니다. 사형수 탈옥죄의 큰 몫은 이의부에게 있지 옥사장에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마땅히 이의부의 죄를 물어야 합니다.”
어사 왕의방(王義方)이 어전에서 극구 주장했으나, 고종은 오히려 화를 버럭 내며 왕의방을 지방관으로 내쫓고 말았다. 왕의방은 어전을 물러나면서 이의부 옆을 지나게 되자 눈썹을 치켜올리며 꾸짖었다.
“내 명색이 어사로서 너 같은 간신배를 제거할 수 없으니 부끄럽구나!”
다른 사람 같으면 안색이 달라졌겠지만, 이의부는 헤죽헤죽 웃으며 받아넘겼다.
“공이나 부끄러운 줄 아시오.”
임금의 절대 신임을 업고 있는 이의부의 주변에는 자연히 쉬파리 같은 부류들이 모여들었고, 그는 그들을 상대로 벼슬을 팔아 엄청난 부를 쌓았다. 너무나 공공연히 그런 짓을 했기 때문에 탄핵하는 상주문이 빗발쳤다. 그렇게 되자 고종도 더 이상 모른 체할 수 없어 이의부를 불러 근신을 요구했지만, 그는 오히려 펄쩍 뛰었다.
“폐하, 이것은 신이 폐하의 두터운 보살핌을 받고 있음을 시기한 소인배들의 장난입니다. 도대체 어느 누가 어떤 상소를 올렸습니까?”
누군지 알면 보복하려는 낌새임을 간파한 고종은 오히려 난처해져서 얼버무리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