細 : 가늘 세, 君 : 임금 군
풀이
원래 제후의 부인을 높여 부르는 말이었으나, 나중에는 자기 아내 또는 남의 부인에 대한 지칭으로 일반화되었다.
유래
흔히 ‘삼천갑자 동방삭(三千甲子東方朔)’이라는 유명한 말로 회자되는 동방삭은 한(漢)나라 무제(武帝) 때 사람인데, 기지와 재치가 뛰어나서 주위 사람들을 즐겁게 했다. 사실은 그가 관직에 오르게 된 것도 그 능수능란한 말주변 때문이었다. 무제가 천하의 재사들을 불러 모을 때 다른 사람들은 학문을 펼치거나 정치 문제를 논하는 데 비해, 동방삭은 처음부터 끝까지 자기 자랑을 늘어놓는 것으로 일관했던 것이다. 무제는 그 뻔뻔함과 기지와 배짱이 마음에 들어 그를 발탁했다. 동방삭이 얻은 벼슬은 상시랑(常侍郞)이었다. 요즘 무제는 그의 재치와 기지에 넘친 대답을 수시로 듣고 싶어 했다.
그러던 어느 해 여름의 복날이었다. 무제는 해마다 복날이 되면 상시랑들에게 고기를 나누어 주었는데, 이날따라 고기를 분배하는 임무를 맡은 관리가 제때 나타나지 않았다. 날씨는 덥고 퇴궐할 시간은 가까워오고, 기다리기가 지겨운 상시랑들 중에서는 투덜거리는 소리도 나왔다. 이때 동방삭이 냉큼 나서더니 칼을 들고 고기를 잘랐다.
“아니, 뭣하는 짓이오?”
동료들이 놀라서 묻자, 동방삭은 태연히 대꾸했다.
“내 몫만큼만 가져가려는 거요.”
그리고는 고기를 베어 싸 가지고 가버렸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명색이 황제의 하사품인데 정식 절차를 무시하고 제멋대로 가져갔으니 처벌을 받아도 마땅할 노릇이었다. 특히 고기 분배를 담당했던 관리가 몹시 분개하여 동방삭의 무례한 행동을 황제한테 일러바쳐 버렸다. 보고를 들은 무제도 몹시 불쾌하여 당장 동방삭을 불러다 꾸짖고 자아 비판을 하도록 했다. 그러자 동방삭은 넙죽 절을 하고 나서 일어서더니 목청을 가다듬어 주절거리는 것이었다.
“삭아, 삭아, 어명을 기다리지 않고 하사품을 가져가다니 무례막심하도다! 칼을 빼어 고기를 자르다니 정말 용감하도다! 고기를 잘라도 많이 갖지 않았으니 아주 깨끗하도다! 집에 가져가 ‘세군’한테 주니 참 인정스럽도다!”
잘못을 뉘우치는 말인 듯하지만, 사실은 교묘하게 비틀어 자기를 칭찬하는 소리인 것이다. 고개를 끄덕끄덕, 눈을 끔벅이며 듣고 있던 무제는 동방삭의 능청과 기지에 그만 실소를 터뜨리지 않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