先 : 먼저 선, 發 : 떠날 발, 制 : 누를 제, 人 : 사람 인
풀이
선수를 쳐야만 상대를 제압할 수 있다는 뜻이다.
유래
진(秦)나라 말기 하상(下相) 땅에 항양(項梁)이란 인물이 있었는데, 어쩌다 살인죄를 범하는 바람에 신변의 위험이 닥치자 조카를 데리고 오(吳)나라로 도망쳤다. 그런데 이 조카가 바로 그 유명한 항우다. 어쨌든 오에 정착한 항양은 재기발랄한 천품을 십분 발휘하여 그곳의 실력 있는 명사들과 적극적으로 친분을 쌓은 결과 얼마 안 가서 유명 인사가 되었다. 그는 그쪽 사회에서 점점 영향력을 키우는 한편, 조카에게 틈나는 대로 병법을 가르쳤다.
몸집이 우람하고 기운이 세어 천부적인 장사라고 할 수 있는 항우는 가슴 속에 웅대한 야망을 품고 삼촌으로부터 병법을 열심히 배워 남다른 기량을 자랑하게 되었다. 천하의 폭군 시황제가 죽고 나자 진나라는 그동안의 폭압 정치에 대한 반작용으로 각지에서 반란이 발생하면서 급격히 붕괴되어 갔는데, 결정적인 것은 기원전 209년에 진승(陳勝)과 오광(吳廣)이라는 야심가가 주도하여 일으킨 농민 봉기였다. 이 봉기가 성공리에 요원의 불길처럼 번져가자, 이에 자극받은 실력자들이 저마다 들썩거리기 시작했으며, 그중에는 현직 지방관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럴 정도로 중앙 조정은 통제력을 상실해 거의 속수무책이었다. 회계(會稽) 태수 은통(殷通)은 그런 야심가의 하나라고 하기보다는 기회주의자라고 함이 옳을 것이다.
‘바야흐로 천하의 주인이 누가 될지 모르는 판국인데, 난들 그 주인이 되지 말란 법은 없지 않은가.’
이렇게 생각한 은통은 자기를 도와 줄만한 인걸이 누굴까 하고 찾아보았다. 그 결과 가장 먼저 떠오른 사람이 바로 항양과 항우였다. 그래서 정중하게 예의를 차려 두 사람을 부중으로 초대했다.
“공의 명성은 오래 전부터 듣고 있었으나, 오늘에야 상면하게 되었소이다. 아무튼 반갑구려.”
“객지에 나와 그럭저럭 살아가는 사람을 그토록 인정해 주시고 초대까지 해 주시니 큰 영광입니다.”
“무슨 말씀을. 그러나 저러나 공의 조카님은 과연 소문대로 영웅호걸의 기상을 가지고 있군.”
“이 아이야말로 다듬지 않은 진주요 날개가 막 자란 봉황이지요.”
이런저런 덕담을 나누며 술잔을 기울인 끝에, 은통은 슬쩍 가슴 한쪽을 열어 보였다.
“지금 천하가 개구리 떼 우는 논처럼 시끄럽고 영웅호걸이라 자처하는 사람들이 각지에서 일어나고 있는데, 우리 회계에서도 그냥 수수방관하고 있을 게 아니라 어떤 움직임을 보여야 하지 않나 싶소. 두 분은 어떻게 생각하시오?”
“어련하시겠습니까. 솔직히 말씀드려 진나라는 이제 종말에 다다랐다고 판단됩니다. 지금 강서 각 지역에서 백성들이 일어서고 있는데, 태수께서도 기왕이면 빨리 움직이셔야 좋을 줄 압니다.”
“공과 조카님이 도와만 주신다면 말이오. 사실은 그럴 생각이오.”
“잘 생각하셨습니다. 그렇다면 한시라도 빨리 움직여야 합니다. ‘선수를 쳐야 상대방을 제압할 수 있으니까요.’”
항양은 적극적으로 권했으나, 대화가 계속될수록 은통이란 인물이 우유부단하고 믿을 구석이 별로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잘 됐군. 그렇다면 딛고 일어서는 발판으로 그를 이용할 수밖에.’
이렇게 마음을 굳힌 항양과 항우는 은통을 적극 지원하는 척하다가 기회를 보아 그를 쳐죽여 버렸다. 항우는 피가 뚝뚝 떨어지는 칼을 든 채 달려나가 외쳤다.
“다들 듣거라! 태수 은통은 하늘의 뜻을 거역하고 백성들의 소리를 외면하다가 천벌을 받았다. 나는 이제 진나라를 멸하고자 도성으로 쳐올라갈 것이다. 내 명령에 복종하면 살아서 복록을 누릴 것이며, 거역하면 당장 은통과 같은 꼴이 될 것이다. 명심하렷다!”
쩌렁쩌렁한 외침과 험악한 기세는 보는 사람들을 공포에 몰아넣었다. 항우의 용맹에 대해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었으므로, 겁에 질린 사람들은 원해서든 원하지 않든 간에 모두 부하가 되겠다고 맹세했다. 용기백배한 항우는 군내 각 현의 젊은이들을 소집하여 8천 명의 정병을 조직한 다음 장강(長江)을 건너 질풍처럼 쳐올라갔고, 그리하여 유방이라는 천적과 천하를 놓고 피나는 싸움을 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