西 : 서녘 서, 施 : 베풀 시, 矉 : 찡그릴 빈, 目 : 눈 목
풀이
서시가 눈살을 찌푸린다는 뜻으로, 덮어놓고 남의 흉내를 내거나, 또는 남의 단점을 장점인 줄 알고 모방하는 어리석음을 말한다.
유래
춘추 시대의 끝 무렵, 오(吳)나라와 월(越)나라는 피나는 전쟁을 벌였다. 그 결과는 월나라의 참담한 패배였다. 처음부터 국력에 차이가 있었던 것이다. 가슴에 한이 맺힌 월나라 임금 구천(勾踐)은 대신들을 보고 물었다.
“보았다시피 군사력을 동원하여 부딪치는 정상적인 힘겨룸에서는 아무래도 우리가 오나라보다 한 수 아래인 것 같소. 참담하지만 인정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오. 그렇다고 언제까지 이런 치욕을 감수하고 있어서야 되겠소? 경들은 좋은 방법을 생각해 보오.”
그러자 한 대신이 나와서 이런 말을 했다.
“오왕도 한낱 인간에 불과합니다. 그에겐들 약점이 없겠습니까? 그 약점을 십분 이용하면 복수의 계기를 마련하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것입니다.”
“인간적 약점이라……. 오왕에게 어떤 약점이 있다는 게요?”
“말씀드리기 민망하오나, 그는 미색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위인인 줄로 압니다. 그러므로 절세의 미인을 골라 그의 품에 안겨 주어 음락과 술에 절은 무골충으로 만들어 버리면 무너지든가 자멸하고 말지 별 수 있겠습니까?”
“거 참 기발한 묘책이오 그려!”
구천은 무릎을 치며 희색이 만면했다. 그리하여 어렵게 선발된 미인이 그 유명한 서시(西施)인데, 아니나 다를까, 오나라 왕 부차(夫差)는 월나라에서 진상되어 온 그녀를 보자마자 흠뻑 빠지고 말았다. 그로부터 부차는 서시가 연출하는 음락에 푹 빠져 그녀의 침실에서 나올 줄을 몰랐고, 국사는 대신들에게 맡겨 어떻게 돌아가든 관심 밖이었다.
“일이 제대로 돌아가는 모양이로군.”
멀리 오나라 대궐에서 들려오는 소문을 들으며, 구천과 대신들은 쾌재를 불렀다. 그러나, 좋은 일이 항상 좋게만 이어지라는 법은 없다. 갑작스러운 걸림돌로 ‘무골충 작전’은 차질을 빚게 된 것이다. 그 차질이란 다름이 아니라 서시가 심한 가슴앓이로 고생하게 된 것이었다. 왕실 전의(典醫)가 백약을 써도 소용이 없었다.
“안 되겠습니다. 친정에 돌아가서 병을 다스려 와야겠어요.”
서시는 이렇게 호소하여 부차의 양해를 구했고, 부차 역시 잠시라도 그녀와 헤어지기 싫었지만 할 수 없이 친정행을 허락해주었다. 그래서 서시는 마침내 고향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그녀는 길을 가면서도 가슴의 통증 때문에 늘 눈살을 찌푸리고 있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워낙 뛰어난 미모이기 때문에 그 찌푸림이 보기 싫기는커녕 오히려 색다른 매력으로 다른 사람들의 눈에 비치는 것이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다들 넋을 잃고 그녀를 쳐다보았다. 서시가 지나가는 한 마을에 아주 추하게 생긴 처녀가 있었는데, 그녀는 ‘서시의 찌푸린 얼굴’을 보고는 엉뚱한 생각을 갖게 되었다. 서시처럼 자기도 얼굴을 찌푸리면 훨씬 예뻐 보이지 않을까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일부러 얼굴을 잔뜩 찌푸리고 돌아다녀 보았다. 그러자, 그 모습을 본 마을 사람들이 모두 질겁해서 집에 들어가 대문을 걸어 잠그고는 아무도 나오려고 하지 않았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