三 : 석 삼, 令 : 명령할 령, 五 : 다섯 오, 申 : 거듭할 신
풀이
세 번 명령하고 다섯 번 되풀이한다는 뜻으로, 완벽을 기하기 위해 몇 번이고 고치거나 바꾼다는 의미다.
유래
춘추 시대 천하제일의 병법가로 알려진 손무(孫武)의 저서 『손자』를 읽어 본 오(吳)나라 왕 합려(闔閭)는 무릎을 쳤다.
‘이렇게 병법에 밝은 인재를 내 곁에 두고 쓰면 어렵지 않게 천하를 제패할 수 있을 것이 아닌가.’
이렇게 생각한 오왕은 제(齊)나라 사람인 손무를 후한 대우로 자기 나라에 불러들이기로 작정했다. 이윽고 손무가 도착하자, 오왕은 그의 재능을 시험하려고 짐짓 엉뚱한 주문을 했다.
“그대의 병서를 읽은즉 그 내용의 신묘함이 탄복할 만하니, 우선 과인의 궁녀들을 훈련시켜 단련해 보도록 하오. 가능하겠소?”
“그야 무엇이 어려울 게 있겠습니까?”
오왕의 의도를 간파한 손무는 시치미를 뚝 떼고 받아들였고, 오왕은 당장 궁녀 180명을 선발해 그에게 맡기고 훈련 과정을 지켜보기로 했다. 손무는 궁녀들을 90명씩 두 부대로 나누고, 특히 오왕의 애첩 두 명을 각 부대의 지휘관으로 임명했다. 그런 다음 군율을 상징하는 큰 도끼와 작은 도끼 두 자루를 들고 궁녀들에게 말했다.
“잘 듣거라! 나는 전하의 지엄한 명을 받들어 대장으로서 그대들을 병사로 훈련시키려고 한다. 이제부터 그대들은 궁녀가 아니라 병사다. 그러므로 군령에 잘 따라야 하며, 만약 그렇지 못할 때는 군율에 따라 처단할 것이다. 특히 각 부대의 대장에 대해서는 지휘 책임을 엄중히 물을 것이니 명심하라.”
이렇게 일단 경고한 다음, 구체적인 훈련 항목을 시달했다.
“지금부터 내가 ‘전방(前方)’ 하고 소리치면 모두 앞쪽을 똑바로 바라보라. 마찬가지로 ‘좌측방’ 하고 구령하면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우측방’ 하고 구령하면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알겠느냐?”
그런 다음 북 소리와 함께 “전방!” 하고 외쳤다. 그러나 궁녀들은 그것을 무슨 장난쯤으로 인식해서 누구 하나 그 명령에 따르는 사람이 없었다. 모두 웃으며 몸을 비비꼬아 교태를 짓는 것이 고작이었다. 손무가 “좌측방!” 하고 외쳐도 그 모양이었고, “우측방!” 하고 외쳐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다섯 차례 명령을 발한 손무는 궁녀들의 무반응에 얼굴이 굳어졌고, 오왕은 ‘원, 별 웃기는 작자 다 보겠군.’ 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군령이 잘 먹혀 들어가지 않는 것은 그대들이 충분히 숙지하도록 하지 못한 내 책임일 수 있다. 그렇다면 다시 한번 반복해서 알려 주겠거니와, 이번에는 가차없이 군율을 시행할 것이니 명심하라.”
이렇게 경고한 손무는 구차스럽지만 똑같은 요령을 궁녀들에게 반복해서 일러 주고 “전방!”, “좌측방!”, “우측방!” 하고 외쳤다. 그러나 이미 장난으로 간주하고 있는 궁녀들이 그 구령에 맞추어 움직일 리가 없었다. 킬킬거리고 웃거나 장난들을 치며 딴청을 부렸다. 손무는 도끼를 들고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이미 두 번이나 요령을 알려 주었으니 모르고 안 따르는 것이 아님이 분명해졌다. 따라서 너희들의 행동은 고의적인 명령 불복종이다. 총수의 군령에 따르지 않으면 극형이 있을 뿐이다. 일단 각 지휘관부터 책임을 물으리라.”
그러면서 오왕의 두 애첩을 꿇어앉히고 정말 목을 치려고 했다. 그 모양을 보고서야 오왕은 ‘아차!’ 싶어 옥좌에서 뛰어내려오며 다급하게 소리쳤다.
“손공, 손공! 그대의 용병 능력은 그만하면 충분히 알겠소이다. 그 애들은 과인이 특히 아끼는 바이니 용서하시구려.”
“전하,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십니까? 이 사람은 이미 군왕으로부터 대장으로 임명을 받은 몸입니다. 군대에서는 대장의 권위가 절대적이며, 비록 왕명이라고 해도 통하지 않음을 잘 아실 테지요. ‘세 가지 군령을 다섯 차례나 거듭 말했는데도’ 무시했으니, 군법에 따라 시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손무는 눈 한번 깜짝하지 않고 말한 다음, 두 여자를 가차없이 처단해버렸다. 그런 다음 새로운 지휘관을 임명하고 구령을 붙이자, 이번에는 명령이 그렇게 잘 먹혀들어갈 수 없었다. 그 모양을 보고서야 오왕은 손무의 용병술을 인정하여 전폭적인 신임 아래 군무를 맡겼고, 오나라는 춘추 시대의 강자로 급부상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