三 : 석 삼, 顧 : 돌아볼 고, 草 : 풀 초, 廬 : 오두막 려
풀이
초가집을 세 번 방문한다는 뜻으로,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데려다 쓰기 위해 각별한 정성을 기울이는 것을 말한다.
유래
유비는 후한(後漢) 말기의 어지러운 세상을 바로잡겠다는 야망을 품고 관우, 장비 두 의제와 결연히 일어섰으나, 기라성 같은 제후들과 호족들 틈바구니에서 이리 밀리고 저리 쫓기기만 했다. 간신히 같은 종실인 형주 태수 유표의 호의로 신야현(新野縣)이라는 작은 고을을 마지막 근거지로 삼아 한숨을 돌리긴 했으나, 생각만 해도 자기 처지가 한심했다.
요행으로 서서(徐庶)라고 하는 출중한 인재를 얻어 군사(軍師)로 삼고 의욕에 불탔지만, 조조의 계략에 걸려 그 서서가 어쩔 수 없이 떠나게 됨으로써 유비의 낙심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이별의 술잔을 나누는 자리에서 유비가 헤어짐의 슬픔에다 자기의 처량한 신세까지 보태져서 눈물을 흘리자, 서서도 같이 눈시울을 적시며 말했다.
“명공께서는 너무 상심하지 마십시오. 저 같은 사람은 발바닥 근처에도 가지 못할 만한 특출한 인재를 천거할 테니, 그를 발탁해 쓰시면 명공의 앞날이 훤히 트일 것입니다.”
유비로서는 귀가 번쩍 뜨이는 소리가 아닐 수 없었다.
“그, 그게 누구란 말이오?”
“지금은 한가하게 쉬고 있는 와룡[臥龍]이라는 사람으로, 바로 제갈량 공명(孔明)이지요. 그렇지만 그 사람은 쉽게 움직이려고 하지 않을 테니까 특별한 정성과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겁니다.”
유비는 서서를 보내자마자 즉시 예의를 갖추어 양양(襄陽) 어느 촌구석에 살고 있는 제갈량의 집으로 달려갔다. 그에게는 그림자 같은 관우와 장비가 동행했음은 물론이다. 때는 마침 살을 에는 듯한 추운 겨울이었다. 쏟아지는 눈보라 속에서 고생고생하며 제갈량의 집에 겨우 도착했으나, 그는 외출하고 집에 없었다. 낙심하여 돌아온 그들은 며칠 후에 다시 찾아갔다. 그렇지만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니, 형님께서 다녀가셨고 다시 찾아오리라는 것을 가족으로부터 분명히 들었을 텐데, 와룡인지 뱀인지 하는 작자가 이토록 무례할 수 있단 말이오?”
성미 급하기로 유명한 장비가 버럭 소리를 지르며 화를 냈고, 입이 무겁고 점잖은 관우 조차 노여움으로 얼굴이 붉어졌다. 그러나 유비는 두 아우를 잘 달래어 조용히 돌아왔다. 그런 다음 봄이 되기를 기다려 다시 제갈량을 찾아 나서려고 했다.
“형님은 그냥 계십시오. 내 당장 달려가서 이 무례한 서생 나부랭이 놈을 꿰차고 오리다.”
장비는 더 참을 수 없다는 듯이 펄쩍 뛰었고, 관우도 공연한 헛걸음하고 체면만 손상될 뿐이니 그만두자고 말렸다. 그런 두 아우를 나무라고 달래어 세 번째 방문했더니, 제갈량은 마침 집에 있었으나 낮잠을 자고 있었다. 유비는 당장 걷어차서 깨우려는 장비를 간신히 말려 놓고 제갈량이 깨어날 때까지 끈기 있게 기다렸다. 제갈량 입장에서 보면 지금까지의 태도는 유비의 인물됨을 파악하기 위한 일종의 시험이었다.
‘초라한 자기 집에 세 번이나 찾아온’ 유비의 끈기와 정성에 감복한 제갈량은 못 이긴 듯 은둔의 돗자리를 걷어 버리고 그를 따라 나섰다. 천하의 재사 제갈량을 얻은 유비는 이때부터 마치 물을 만난 고기처럼 승승장구하기 시작했고, 마침내 촉(蜀) 땅에 나라를 세워 조조, 손권과 더불어 삼국 정립(三國鼎立)의 시대를 열어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