四 : 넉 사, 面 : 얼굴 면, 楚 : 초나라 초, 歌 : 노래 가
풀이
사방에서 들려오는 초나라 노래라는 뜻으로, 적에게 포위되거나 몹시 어려운 일을 당하여 극복할 방법이 전혀 없는 곤경을 말한다.
유래
진(秦)나라 말기에 각지에서 일어난 농민 봉기는 군웅들의 물고 물리는 싸움으로 발전한 끝에 유방의 한(漢)나라와 항우의 초(楚)나라 양대 세력의 천하 쟁탈전으로 간추려졌다. 처음에는 항우가 우세했으나 한신(韓信), 장양(張良), 진평(陳平) 같은 유능한 참모들의 보필을 받은 유방의 선전(善戰) 끝에 마침내 가늠의 저울추가 유방 쪽으로 기울었다. 그리하여 홍구(鴻溝)를 경계로 천하를 양분하는 조건으로 패권 다툼을 그만두고 각자 도읍으로 철수하기로 했으나, 유방이 배신하여 말머리를 돌려 급작스럽게 치는 바람에 항우는 참패하고 해하(垓下)에서 오지도 가지도 못한 채 포위되고 말았다.
이때 항우는 범증(范增) 같은 유능한 참모까지 잃고 병사들은 지쳤으며 군량까지 떨어져서 지난날의 패기만만한 그가 아니었다. 성 안에 고립된 항우에게 유일한 낙이요 위안은 통칭 우미인(虞美人)이라고 하는 우희(虞姬)라는 존재였다. 그녀의 사랑을 받으며 화풀이 술 한 잔 들이키면 그런대로 잠시나마 시름을 달랠 수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겹겹이 둘러싸인 한나라군 진영에서 난데없이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아니, 저것은!”
우희의 품에 안겨 있던 항우는 깜짝 놀라 외쳤다. 그 노래는 자기 고향의 노래였기 때문이다.
“유방이 초나라를 벌써 다 차지했단 말인가? 적진에 초나라 사람이 어찌 저렇게 많은고?”
놀란 것은 항우뿐만 아니었다. ‘사방에서 초나라의 노래’가 들려오자, 초나라군 병사들은 모두 자다 말고 벌떡 일어났고, 그리고는 향수에 젖어 눈물을 흘렸다. 항복한 초나라군 병사들을 동원해 고향 노래를 부르게 한 장양의 심리 작전은 맞아떨어져, 항우의 진영에서는 도망자가 속출했다.
‘아아, 여기서 끝나는구나!’
이렇게 판단한 항우는 마지막 주연을 열어 비분한 감정을 노래로 읊었고, 우희는 눈물을 흘리면서 화답의 춤을 추었다.
힘은 산을 뽑고 의기는 세상을 덮었건만
[力拔山兮氣蓋世 역발산혜기개세]
시운이 불리하고 추는 나아가지 않는구나
[時不利兮騅不逝 시불리혜추불서]
추가 가지 않으니 어찌하면 좋을까
[騅不逝兮可奈何 추불서혜가내하]
우여, 우여, 그대를 어찌하면 좋을까
[虞兮虞兮奈若何 우혜우혜내약하]
여기서 말하는 ‘추’란 항우가 자기 몸처럼 여겨 온 준마 오추마(烏騅馬)를 이른다. 이 노래를 끝으로 우희는 칼로 목을 찔러 자결했고, 항우는 죽을 힘을 다해 결전을 벌여 포위망을 돌파한 끝에 오강(烏江)까지 다다랐다가 추격 부대 속에 몸을 던져 장렬한 최후를 장식했다. 이렇듯 ‘사면초가’는 원래 노래를 일컬었으나, 어느덧 곤궁에 빠져 옴짝달싹할 수 없는 처지를 이르는 말로 변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