不 : 아닐 불, 撓 : 꺾일 요, 不 : 아닐 불, 屈 : 굽을 굴
풀이
흔들리지도 굽혀지지도 않는다는 뜻으로, 어떤 어려운 상황에도 의연하게 대처하는 태도를 말한다.
유래
한(漢)나라 성제(成帝) 때 어느 해 봄의 일인데, 초여름에 접어들면 서울인 장안(長安)에 엄청난 장마로 홍수가 져서 온 성이 물 속에 잠길 것이라는 소문이 떠돌았다. 두려워진 성 안 백성들은 부랴부랴 봇짐을 싸들고 피난길에 오르느라 야단법석을 떨었다. 이 소식을 들은 성제는 눈이 휘둥그레져서 중신 회의를 소집했다.
“지금 난데없는 홍수 소문 때문에 성 안 백성들이 달아나느라 소란스러운 모양인데, 이게 어떻게 된 노릇이오?”
성제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묻자, 대장군 왕봉(王鳳)이 냉큼 받았다.
“폐하, 천문과 점괘로 보건대 큰물이 지는 것은 틀림없다고 합니다. 폐하께서도 황족들과 함께 속히 피하셔야 할 줄로 압니다.”
대부분의 대신들이 왕봉의 이와 같은 진언에 동조하는 발언을 했는데, 다만 재상인 왕상(王商) 한 사람만은 의연하게 반대 발언을 했다.
“지금 시중에 떠도는 소문은 전혀 근거도 없는 낭설에 불과합니다. 한두 달 뒤에 장마가 질지 어떨지를 지금 무슨 수로 안단 말입니까? 이것은 필경 사회 혼란을 야기시켜 뭔가 나쁜 이익을 챙기려는 자들의 획책이라 짐작됩니다. 그렇잖아도 어수선한 판인데, 만약 폐하와 황실마저 뜬소문에 움직이신다면 민심은 걷잡을 수 없는 지경이 될 것이고, 그것은 곧 큰 국난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다분합니다. 따라서, 폐하와 조정이 굳건히 자리를 지키면서 ‘불요불굴’의 단호한 태도로 백성들로 하여금 각자 자기 자리로 돌아가도록 종용해야만 사태를 수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성제는 왕상의 말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유언비어를 퍼뜨리거나 부화뇌동하는 자는 적발하는 족족 처단하겠으며, 황실과 조정은 도성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고 공포했다. 덕분에 불안하던 민심도 점점 가라앉았고, 문란하던 질서도 많이 회복되었다. 조사 결과 홍수 이야기는 근거도 없이 흘러 다닌 헛소문이었음이 밝혀졌고, 여름이 되어도 홍수는 발생하지 않았다.
“경이 굳건한 정론으로 짐의 흔들림을 바로잡아서 어려운 사태를 진정시켰으니, 그 공이 실로 크오.”
성제는 왕상을 칭찬해 마지않았고, 왕봉에게는 꾸지람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