拂 : 떨칠 불, 鬚 : 수염 수, 塵 : 먼지 진
풀이
수염에 붙은 티끌을 털어 준다는 뜻으로, 정도에 지나친 아부의 태도를 비꼬는 말이다.
유래
송(宋)나라 건국 후 한창 국운이 뻗쳐오르던 4대 인종(仁宗) 때 구준(寇俊)이라는 재상이 있었다. 강직하고 공명정대한 일처리로 임금을 비롯해 조정 대신들의 신망을 한몸에 받으며 대단한 권위를 자랑하고 있었다. 그는 사방에 수소문하여 학문이 높거나 유능한 인재를 다수 발굴하여 직책을 부여함으로써 국정이 흐르는 물처럼 잘 돌아가도록 했는데, 종2품인 참정(參政) 정위(丁謂)도 그중의 한 사람이었다. 말하자면 정위에게 구준은 큰 은인이었던 셈이다.
어느 날, 대신들이 모여 회식하는 자리에서 있은 일인데, 구준이 음식을 먹다가 보니 긴 수염에 음식 찌꺼기가 조금 묻었다. 몇 사람 건너 앉아 있던 정위는 구준의 꼴을 보기가 민망했다. 본인은 수염이 더러워졌는지도 모르고 있고, 주위 사람들은 상대가 상대인만치 어려워서 외면하고 있으니 그렇게 딱할 수가 없었다. 참다 못한 정위는 슬그머니 일어나 구준에게 다가가 자기 소맷자락으로 구준의 수염에 붙은 음식 찌꺼기를 공손히 닦아 주었다. 비로소 상황을 알아차린 구준은 우스갯소리를 했다.
“허허, 나라의 중신인 참정쯤 되는 사람이 어찌 남의 ‘수염에 붙은 티끌을 털어 주는’ 하찮은 일을 하오?”
구준은 자신의 민망함도 감추기 위한 의도로 농담삼아 한 소리였지만, 정위는 금방 얼굴이 새빨개졌다. 존경하는 은인에 대한 호의적 배려로 한 일이 아첨이 되어 더할 수 없는 창피를 당한 그는 자기 자리로 가지도 못하고 고개를 숙인 채 도망치듯 물러가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