兵 : 군사 병, 貴 : 귀할 귀, 神 : 귀신 신, 速 : 빠를 속
풀이
군사 활동에서는 귀신처럼 빠른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뜻이다.
유래
후한(後漢) 말기 황실과 조정의 권위가 땅바닥에 떨어지고 각처에서 군웅이 할거할 무렵, 명문 출신인 원소(袁昭)는 기주(冀州), 청주(靑州), 유주(幽州), 병주(幷州) 등 하북(河北) 지역 4개 주를 손아귀에 넣고 호령함으로써 제후들 가운데 세력이 가장 막강했다. 그런 원소의 최대 경쟁자가 조조(曹操)였다. 한때는 동지요 친구 사이였으나, 이제는 어느 쪽이든 한 사람은 살고 한 사람은 죽어야 할 적이 된 것이다.
마침내 원소와 조조는 관도(官渡)에서 격돌했다. 이때가 서기 200년이다. 병력이나 동원 물량에서는 원소가 월등했지만, 용병술의 천재인 조조가 기회를 포착해 적의 치중 부대를 습격해 식량을 불태워버림으로써 상대방이 싸우고 싶어도 싸울 수 없게 만들었다. 그 여세를 몰아 맹공격을 가하자, 원소는 참패하여 달아나다가 죽고 말았다. 원소한테는 세 아들이 있었는데, 그 형제들끼리 후계 다툼을 벌였다. 막내 원상(袁尙)이 생전 아버지의 총애에 힘입어 기주 목(牧)이 되었으니, 장남인 원담(袁譚)이 가만 있을 턱이 없었다.
“나쁜 놈! 찬물을 마실 때도 위아래가 있는 법인데, 형인 나를 젖히고 아버님의 자리를 차지하다니.”
분노하여 이성을 잃은 원담은 조조를 겨누어야 할 창끝을 돌려 아우를 쳤고, 원상은 견디지 못해 둘째 형 원희(袁熙)에게 달아났다. 그 기회를 틈타 조조가 맹공격을 가했고, 원담은 스스로 군의 앞장에 서서 돌격하다가 전사하고 말았다.
남은 두 원씨 형제는 영토를 고스란히 조조에게 빼앗기고 북쪽으로 달아났는데, 그곳에는 오환(烏丸)이라는 용감한 오랑캐 부족들이 살고 있었다. 그 오환은 전성기 때의 원소가 적극 회유하여 배후 세력으로 삼았기 때문에 원씨 형제에게 호의적이었다. 이때 원씨 형제를 따뜻하게 맞아들인 것은 오환 중에서도 요서(遼西) 지역 오환의 선우(單于)였다.
“이곳은 중원에서 멀리 떨어져 있고 풍토가 나빠서 조조인들 별 수 없을 것이니, 안심하고 힘을 길러 아버님 원수를 갚도록 하시오.”
선우는 원씨 형제를 이렇게 위로하고, 한편으로 조조의 신경을 건드려 인내심을 시험하려는 듯이 날랜 기병을 보내어 변경 여러 요새를 치고 빠지기를 계속했다.
“이거 안 되겠군. 오랑캐를 토벌하여 북변의 고민거리를 완전히 해소해야겠어.”
마침내 참을 수 없게 된 조조는 주위의 우려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군대를 동원했다. 그렇지만 그 군사 작전은 순조롭지 못했다. 기병과 보군이 혼성되어 있는 데에다 장거리로 식량을 수송해야 하기 때문에 행군 속도가 무척 느렸다. 더군다나 겨울인 데다가 척박한 땅과 불순한 기후가 예상 외의 장해가 되었다. 그러니 인마가 지칠 수밖에 없었고, 병사들의 사기도 자연히 떨어졌다. 조조가 내심 고민에 빠져 있을 때, 책사인 곽가(郭嘉)가 말했다.
“군사 활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귀신과도 같은 신속함[兵貴神速(병귀신속)]’입니다. 그러니 먼저 기병을 앞세워 보내는 게 좋겠습니다.”
“그대의 말이 옳다.”
조조는 심기일전하여 스스로 수천의 기병을 이끌고 질풍같이 달려갔다. 5백여 리의 산길을 쉬지 않고 북상한 조조의 기병은 마침내 오환의 군대를 만나 돌진했다. 병력에는 큰 차이가 있었지만 상대방의 의표를 찌른 데다가 거기서 잘못되는 경우 돌아갈 수도 없게 되고, 또한 조조군 주장(主將)의 탁월한 용병술에 잘 부응하여 결사적으로 싸웠기 때문에 조조군의 대승으로 끝났고, 오환군은 재기불능의 비참한 패배를 맛보았다. 원희와 원상은 요동(遼東)으로 달아나 그곳 태수 공손강(公孫康)에게 몸을 의탁했는데, 조조는 내친 김에 끝장을 보자는 주위의 권고도 물리치고 이렇게 말했다.
“놔두어도 공손강이 원씨 형제의 목을 바칠 것이니라.”
조조는 후환이 두려워진 공손강이 보신책으로 두 도망자를 죽일 것이라고 예상했고, 그 예상은 들어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