別 : 다를 별, 無 : 없을 무, 長 : 긴 장 , 物 : 물건 물
풀이
오래 된 물건이 따로 없다는 뜻으로, 귀한 물건을 가진 것이 없다는 의미다. 즉, 검소한 생활을 말한다.
유래
동진(東晉) 시대에 회계(會稽) 땅에 왕공(王恭)이란 사람이 살았는데, 재물을 우습게 여기고 기개가 높기로 유명했다. 그래서 그곳 사람들은 한결같이 그를 칭찬하고 흠모했다.
“저만큼 인품이 훌륭한 사람이 세상에 더 있을까.”
“그러게 말이야. 틀림없이 앞으로 큰 인물이 될 거야.”
그렇지만 옛날이나 지금이나 사람됨이 바르다고 해서 꼭 큰 인물로 출세하는 것은 아니며, 왕공도 그런 경우였다. 주위의 평판과 상관없이 생활은 그저 그렇고 관직에 오를 길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가 고향을 떠나 서울인 건강(健康)으로 이사를 갔는데, 시골 사람에서 도회지 사람으로 바뀌었다 해서 생활 태도마저 바뀌는 것은 아니었다.
아름답고 번화한 거리, 풍족하게 넘쳐나는 물산(物産), 화려하고 좋은 옷을 입은 사람들 속에 둘러싸였어도 왕공의 생활은 지난날과 하나도 다르지 않았다. 여전히 근검 절약하고 기개 있는 군자의 몸가짐으로 일관했다. 한번은 먼 친척인 서울에 살고 있는 왕침(王忱)이 찾아왔다. 두 사람은 대자리 위에서 환담을 나누었는데, 문득 왕침은 자기들이 깔고 앉은 대자리에 눈길이 갔다. 오래 된 물건이긴 해도 아주 잘 만든 명품이어서 마음에 쏙 들었다.
‘그렇지. 회계는 대나무가 많아 죽제품의 명산지고 보니 여분이 있겠지.’
이렇게 생각한 왕침은 왕공에게 슬쩍 말했다.
“이 대자리가 참 좋아 보이는군. 웬만하면 나한테 선사하지 그래.”
“원하신다면 그렇게 하시죠.”
왕공은 순순히 응낙했고, 왕침이 돌아갈 때 대자리를 둘둘 말아서 왕침의 하인에게 들려 보냈다. 그런 다음 자기는 거친 돗자리를 펴고 거기서 생활했다. 그러고 나서 한참이 지난 후 왕침이 다시 찾아왔는데, 그는 왕공이 형편 없는 돗자리를 사용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
“아니, 저건 싸구려 돗자리가 아닌가?”
“그렇습니다.”
“왜 저 돗자리를……”
물음의 뜻을 알아차린 왕공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저한테는 ‘따로 오래 된 물건이 없으니까요’.”
그제야 왕침은 자기가 얼마나 염치없는 짓을 했는지를 깨닫고 얼굴이 붉어졌다. 그와 아울러 왕공의 너그럽고 소탈한 인품에 저절로 고개가 숙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