半 : 절반 반, 面 : 낯 면, 之 : 의 지, 交 : 사귈 교
풀이
일면짜리도 못되는 교분이란 뜻으로, 서로 겨우 알기만 할 뿐 아직 교제가 긴밀하지 못한 사이를 말한다.
유래
하남(河南) 땅에 응봉(應奉)이란 학자가 살았다. 어려서부터 워낙 총명하고 기억력이 뛰어나서 한번 본 물건이나 읽은 글, 그리고 경험한 일은 하나도 잊어버리는 법 없이 다 기억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그가 20살 때, 팽성(彭城) 태수를 만나러 간 적이 있었다. 그런데 마침 태수가 갑작스러운 일로 멀리 출타한 뒤라서 만날 수 없게 되었다.
‘이런 낭패가 있나!’
응봉이 난감해 있을 때, 하급 관원 한 사람이 방에서 얼굴만 비죽 내밀고 물었다.
“대인을 무슨 일로 만나려고 하오?”
응봉은 대강 용건을 설명했다.
“보다시피 대인께서 여행 중이시니 안 됐구려. 나중에 내가 말씀을 전해 올리리다.”
이렇게 말한 관원은 고맙다는 인사도 받기 전에 문을 닫아 버렸다. 그래서 응봉은 헛걸음만 하고 돌아서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로부터 수십 년이 지난 후, 응봉은 노상에서 어떤 사람을 발견하고 반색을 하며 말을 걸었다.
“아이고, 안녕하십니까? 퍽 오랜만입니다.”
느닷없이 반가운 얼굴로 반기는 응봉을 보고 상대방은 눈이 둥그레졌다.
“아니, 누구신데 이렇게……”
“나를 모르시겠습니까? 하기야 나하고 노형은 ‘반면지교’ 밖에 없으니 무리도 아니지요. 노형께서는 옛날 팽성 관아에 계시지 않았소?”
“그런 적이 있었지요. 그런데, 그걸 어떻게 아시오?”
“내가 그때 태수 대인을 만나러 갔다가 그분이 마침 멀리 떠나고 자리에 없어 헛걸음만 했지요. 그런데 노형께서 나한테 친절히 몇 마디 말을 붙여 주셨지 않습니까.”
응봉이 생생한 기억을 되살려 이렇게까지 말했지만, 상대방은 여전히 고개를 갸웃할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