無 : 없을 무, 用 : 쓸 용, 之 : 의 지, 用 : 쓸 용
풀이
쓸모가 없는 것의 쓰임새라는 뜻으로, 얼핏 봐서 아무 소용도 없을 것 같은 존재가 도리어 크게 쓸 곳이 있다는 의미다.
유래
고대의 두 사상가 장자(莊子)와 혜자(惠子)가 입씨름을 하게 되었다.
“선생의 말씀은 하나도 쓸모가 없군요.”
혜자가 장자를 보고 이렇게 말하자, 장자가 반박했다.
“그 무슨 말씀이오? 쓸모가 없음을 알고 나서야 비로소 쓸모 있는 것을 논할 수 있습니다. 저 땅을 보시오. 무한히 크고 넓지만, 우리 인간에게 유용한 데라고는 발길이 닿는 곳뿐이란 말입니다. 가령, 발길이 닫는 부분의 둘레를 파 내려갔더니 황천(黃泉)에 이르도록 쇠붙이 한 덩이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면, 과연 그것이 사람들에게 쓸모가 있는 것이겠소?”
“없지요.”
“물론이오. 그러니까 쓸모 없음으로써 쓸모 있음을 증명해 주었으니, 실은 쓸모 있는 것임이 분명하잖소.”
역시 사상가답게 다분히 생각을 하게 만드는 논리다. 그 장자가 어느 날 한 제자를 데리고 옛 친구를 찾아가느라 숲이 울창한 산을 지나다가 한 나무꾼을 만났다. 나무꾼은 잎과 가지가 무성한 나무 한 그루를 쳐다보더니 그냥 돌아서는 것이었다.
“나무를 베려다가 왜 그만두시오?”
장자가 묻자, 나무꾼이 대답했다.
“보아하니 쓸모가 없어서요.”
장자는 조금 가다가 혼잣말을 했다.
“저 나무는 재목감이 되지 못함으로써 천수(天壽)를 다할 수 있겠군 그래.”
이윽고 친구 집에 도착하자, 몹시 반긴 친구는 장자를 대접하기 위해 하인더러 거위 한 마리를 잡으라고 시켰다. 그러자 하인이 물었다.
“한 놈은 잘 울고 다른 놈은 울지 않습니다. 어떤 놈을 잡을까요?”
“그야 못 우는 놈을 잡아야겠지.”
나중에 제자가 장자를 보고 물었다.
“산의 나무는 쓸모가 없어서 살아남았고, 이 댁의 거위는 쓸모가 없어서 죽었습니다. 선생님은 이 둘 중의 어느 입장에 서시겠습니까?”
장자가 웃으며 대답했다.
“굳이 말해야 한다면 쓸모 있음과 없음의 ‘중간’에 서고 싶네. 그러나 그중간은 도(道)와 비슷하지만 실상은 도가 아니므로 화(禍)를 아주 모면할 수는 없지. 그렇지만 ‘자연의 도’에 입각해 여유를 가지면 괜찮아. 영예도 비방도 없고, 용이 되었다가 뱀이 될 수도 있으며, 시간의 변화에 따라 한 군데 붙박이지도 않는다네. 오르락내리락하며 남과 화목하게 지냄을 자기 도량으로 삼고, 만물의 근원인 도에 근거하여 만물을 부릴 뿐 아니라 그 만물에 사로잡히지 않으니 화를 입을 리가 없겠지.”
장자의 눈에는 보통 사람들이 쓸모 있다고 믿는 것은 하찮은 것이고, 반대로 ‘쓸모가 없다고 믿는 것이야말로 쓸모가 있는 것’으로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