買 : 살 매, 櫝 : 함 독, 而 : 너 이, 還 : 돌아갈 환, 珠 : 구슬 주
풀이
상자만 사고 구슬은 돌려 준다는 뜻으로, 무조건 비싼 것보다는 자기한테 소용되는 물건을 고르는 실용주의를 말한다.
유래
옛날 초(楚)나라에 한 보석상이 살았다. 어느 날 크고 둥근 옥이 수중에 들어왔으므로, 비싼 값에 팔아 큰 이익을 남길 생각을 하니 몹시 기뻤다. 그래서 그 옥을 가지고 정(鄭)나라에 가서 팔기로 했다. 그러다가 문득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이처럼 진귀한 보물을 아무렇게나 해서 가져갈 수는 없지. 값어치에 어울리는 상자가 필요해. 담은 그릇이 좋으면 내용물이 한층 돋보여서 더 비싸게 팔 수 있을 거야.’
상인은 목련으로 근사한 상자를 만든 다음 계초(桂椒)라고 하는 향내가 진한 나무로 내피를 만들어 속에 끼운 다음, 다시 물총새 털을 곱게 깔아서 거기에다 옥을 담았다. 그렇게 하고 나니까 옥은 더욱 아름답고 고급스러워 보였으므로, 상인은 기대감에 부풀어 정나라로 갔다. 그가 저잣거리에 앉아 고객을 기다리는데, 옥을 담은 상자가 너무나 아름답고 훌륭해서 그것을 보려고 사람들이 둘러쌌다.
돈 많은 고관이 지나가다가 사람들을 헤치고 들어와 그 상자를 들고 요모조모 뜯어본 다음 값을 물었다. 상인이 옥값에다 상자값까지 얹어서 돈을 매기자, 고관은 요구하는 값을 두말 없이 지불하고 샀다. 그런데 ‘상자만 집어넣고 옥은 상인한테 도로 돌려 주는’ 것이 아닌가.
“아니, 이걸 어째서……?”
뜻밖의 일을 당한 상인이 눈이 둥그레져서 묻자, 고관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말했다.
“내가 탐이 나는 건 상자지 옥이 아닙니다.”
그리고는 상자만 가지고 가버렸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