亡 : 망할 망, 國 : 나라 국, 之 : 의 지, 音 : 소리 음
풀이
멸망한 나라의 음악, 또는 나라를 망하게 하는 나쁜 음악이라는 뜻이다. 음란하고 사치한 음악이나 애조 띤 음악을 가리킨다.
유래
춘추 시대 위(衛)나라 영공(靈公)이 진(晉)나라 평공(平公)을 만나기 위해 여행길에 올랐다가 날이 저무는 바람에 복수(濮水) 물가에서 하룻밤을 묵게 되었다. 밤이 되자 어디선가 음악 소리가 들려왔는데, 지금까지 한번도 들어 본 적이 없는 가락이었다. 사람의 심금을 울리고도 남을 만큼 참으로 아름답고 애절한 음악이었으므로, 영공은 수행 악사인 사연(師涓)을 보고 말했다.
“한번 듣고 버리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음율이다. 잘 베껴 두어라.”
이윽고 진나라에 도착한 영공은 평공의 융숭한 환대를 받았다. 서로 선물을 주고받은 다음 성대한 연회로 이어졌고, 평공은 자기네 일류 악사들을 동원해 영공의 귀를 즐겁게 해 주었다. 진나라 악사들의 음악이 끝나자, 영공이 평공을 보고 자랑삼아 말했다.
“오는 도중에 복수 가에서 새로운 음악을 얻었소이다. 한번 들어 보시지요.”
그런 다음 사연으로 하여금 문제의 음악을 탄주하도록 했다. 이때 진나라에는 사광(師曠)이라는 음악가가 있었는데, 그의 연주는 학이 날아와 춤을 추고 구름도 몰려온다고 할 정도의 명인이었다. 눈을 지그시 감고 한동안 듣고 있던 사광은 갑자기 사연의 탄주를 중지시켰다.
“아니, 왜 그러는가?”
평공이 의아해서 묻자, 사광은 굳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전하, 이 곡은 ‘망국의 음악’입니다. 끝까지 들으시면 큰일납니다.”
그 말에는 평공뿐 아니라 영공까지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망국의 음악이라니?”
“옛날 은(殷)나라에 사연(師延)이란 음악가가 있었습니다. 그 사람은 당시 폭군이던 주왕(紂王)에게 ‘신성백리(新聲百里)’라는 음란하고 사치한 노래를 지어 바쳤는데, 방금 이 음악이 바로 그 ‘신성백리’인 것입니다. 주왕은 이 음악에 심취되어 주지육림 속에 파묻혀 있다가 결국 주(周)나라 무왕(武王)에게 참혹한 죽임을 당했고 나라까지 망하고 말았지요. 사연은 거문고를 안고 복수에 뛰어들어 죽었는데, 그 이후로 밤만 되면 이 음악이 복수 가에 울려 퍼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망국의 음악’이라고 무서워하며, 그쪽을 지날 때는 귀를 꼭 막는다고 합니다.”
사광의 이야기가 끝나자, 평공은 픽 웃었다.
“그럴듯한 이야기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음악에 불과하다. 한낱 음율에 무슨 그런 조화가 따르랴.”
그리고는 사광의 간곡한 반대를 무릅쓰고 사연으로 하여금 ‘신성백리’를 끝까지 탄주하도록 했다. 그것으로도 모자라서 사광더러 이보다 더 슬픈 노래를 들려 달라고 명했다. 밥보다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 평공이었다. 왕명에 어쩔 수 없이 거문고를 잡은 사광은 ‘청치(淸徵)’란 곡을 탄주했는데, 갑자기 검은 학들이 남쪽으로부터 날아와 대궐 지붕 용마루에 앉았다. 그것을 본 평왕이 다시 한번 탄주를 명함에 따라 사광이 거문고 줄을 퉁기자 학들은 나란히 열을 지어 섰고, 세 번째 탄주에서는 목을 뽑아 우짖으면서 너울너울 춤을 추기 시작했다.
“좋다! 그보다 더 슬픈 곡을 뜯도록 하라.”
신바람이 난 평공은 그렇게 명했고, 사광은 체념한 듯 ‘청각(淸角)’이란 곡을 들고 나왔다. 그러자 첫 번째 탄주에서 서북쪽으로부터 검은 구름이 몰려왔고, 두 번째 탄주에서는 세찬 비바람이 몰아치면서 기왓장과 그릇들이 날아서 깨지고 휘장이 찢어지는 소동이 벌어졌다. 그 지경에 이르자 아무리 음악을 좋아하는 평공도 혼비백산하여 숨지 않을 수 없었고, 연회장은 아수라장이 되고 말았다. 그로부터 진나라는 삼 년이나 가뭄이 들어 백성들은 무수히 굶어죽었고, 평공도 불치병에 걸려 무진 고생을 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