萬 : 일만 만, 事 : 일 사, 休 : 쉴 휴, 矣 : 어조사 의
풀이
모든 일이 끝났다는 뜻으로, 더 이상 어떻게 해 볼 가망이 없다는 절망적인 의미다.
유래
당나라가 멸망하고 나서 960년 송(宋)나라가 등장할 때까지 50여 년간의 과도기에 중국에는 수많은 국가가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중원에만 후량(後梁), 후당(後唐), 후진(後晉), 후한(後漢), 후주(後周) 등 과거의 영광을 계승하고자 하는 뜻의 다섯 봉건 왕조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반짝 빛을 발하다가 사라지곤 했는데, 역사가들은 이것을 ‘후오대(後五代)’ 또는 줄여서 ‘오대’라고 일컫는다.
한편, 중원을 벗어난 변방의 사정은 더욱 혼란스러워 오(吳), 형남(荊南), 전촉(前蜀), 초(楚), 오월(吳越), 민(閩), 후촉(後蜀), 북한(北漢), 남한(南漢), 남당(南唐) 등 열 나라가 난립하여 다툼을 벌였는데, 이것을 앞의 중원 다섯 나라와 통틀어 ‘오대 십국 시대’라고 한다. 그중 형남은 당나라 말기에 절도사(節度使)로 파견되었던 고계흥(高季興)이 세운 나라였다.
‘중원을 비롯한 천하가 지금 뚜렷한 주인이 없이 만신창이가 되어 있는데, 막강한 군대를 보유하고 있는 내가 욕심을 낸다고 해서 누가 뭐라고 할 것인가? 우선 이곳에다 나라의 기치를 세운 다음 힘을 키우면서 멀리 내다보기로 하자.’
이런 제법 거창한 야망으로 출발했던 고계홍은 그 야망을 제대로 펴보지도 못한 채 죽었고, 왕위는 아들 고종회(高從誨)에게 넘어갔다. 그런데 이 고종회는 자기 아버지보다도 함량이 훨씬 모자라는 위인으로 자식을 어떻게 키워야 사람노릇을 하는지 몰랐다. 그래서 아들 보욱(保勖)이 뭐든지 원하면 원하는 대로, 거부하면 거부하는 대로 키웠다. 그러다 보니 보욱은 버릇 없고 안하무인인 망나니로 자라났고, 자기 생각대로 되지 않는 일은 없다고 믿게 되었으며, 누가 자기한테 눈을 흘겨도 그것이 나쁜 감정의 표시라는 것조차 분별하지 못했다.
이런 소문이 널리 알려지자, 백성들은 한숨을 쉬고 고개를 저으며 ‘모든 게 끝났다[萬事休矣(만사휴의)].’고 생각했다. 아니나 다를까, 형남은 보욱의 대에서 멸망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