萬 : 일만 만, 死 : 죽을 사, 一 : 한 일, 生 : 살 생
풀이
만 번의 죽을 고비를 넘기고 목숨을 건졌다는 뜻이다. 요행히 살아나거나 겨우 죽음을 모면하는 것을 말한다.
유래
수(隋)나라 말엽 양제(煬帝) 때, 고구려와의 오랜 전쟁으로 국력이 소모될 대로 소모되고 수많은 장정들이 죽거나 다쳐 나라에 대한 백성들의 원망이 높아지면서 민심이 흉흉해지자, 이것을 기화로 사방에서 반란이 일어났다. 두건덕(竇建德), 두복위(杜伏威), 맹해공(孟海公) 등이 그 대표적인 반란 수괴였다.
양제는 대장 이연(李淵)에게 진압을 명했는데, 이때 이연의 아들 이세민(李世民)도 아버지를 따라 출정하게 되었다.
그런데, 양제는 의심이 많은 성격이라 이연을 아무래도 믿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감시역을 딸려 이연이 추호라도 딴마음을 품지 못하도록 압박을 가했다.
“놈은 이리 같은 야심을 품고 있다. 더구나 수하에 많은 병력을 거느리고 있으니 언제 어느 순간 마음이 급변할지 모르는 일이야. 그러니 조금이라도 반역의 기미가 보이면 단호히 단속하고 조정에 즉시 보고하라.”
양제는 심복 감시역에게 이렇게 당부했다. 마음이 불안하기는 이연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황제가 자기를 의심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자칫하면 목숨이 위험하다는 것도 알았다.
“아버님, 아무래도 마음을 달리 먹어야 될 것 같습니다.”
이세민은 감시역의 눈을 피해 아버지한테 은밀히 말했다.
“마음을 달리 먹다니?”
“보시다시피 사방의 반란군은 날이 갈수록 강대해지면서 수효가 점점 불어나고, 관군의 힘은 약화되고 있습니다. 그러니 아버님께서 무슨 수로 그들을 전부 토벌할 수 있겠습니까. 사정이 이런데도 황제는 무조건 속전속결의 승리를 주문하고 있고, 여의치 않으면 으름장을 놓고 있습니다. 그러니 만약 아버님께서 완전 진압에 실패하는 경우 그 책임을 어떻게 모면하실 수 있겠습니까.”
“네 말이 옳다. 아닌게 아니라 이 노릇을 어떻게 하면 좋으냐?”
“길은 단 하나뿐입니다. 아버님께서 홀로 서시는 겁니다.”
‘홀로 선다’는 것은 두말 할 것도 없이 반역을 의미했다. 마침내 이연은 휘하의 군대를 데리고 반기를 들었다. 수나라로서는 결정적인 치명타가 아닐 수 없었다. 이연은 각지의 반란 세력을 하나하나 설득하여 자기 휘하로 끌어들였다. 그럴 즈음 양제는 측근의 손에 시해당하여 수나라는 마침내 역사 속으로 사라졌고, 이연이 뒤를 이어 당나라를 세웠다. 그가 곧 고조(高祖)이며, 이때가 618년이다.
그렇지만 만신창이가 된 중국 대륙을 통일하여 다시금 강력한 봉건 왕국으로 만든 것은 태종(太宗) 이세민이었다. 그는 진숙보(秦叔寶), 장양(張亮), 이정(李靖), 두여회(杜如晦) 같은 출중한 인재들을 발탁하여 잘 아껴씀으로써 정치적 성공을 이룩했는데, 훗날 곧잘 이런 말을 했다.
“짐이 지난날 천하를 평정하느라 동분서주할 때 이 사람들은 짐의 뒤를 따라다니며 고생을 했고, ‘만 번의 죽을 고비를 넘기고 겨우 살아났다[萬死一生(만사일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