斗 : 말 두, 酒 : 술 주, 不 : 아니 불, 辭 : 사양할 사
풀이
술 한 말도 마다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주량이 세다는 의미다.
유래
항우와 유방이 첨예하게 대립하기 전, 서로 경계의 고삐를 늦추지 않으면서도 공식적으로는 느슨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을 때의 일이다. 유방이 제멋대로 진(秦)나라 도읍인 함양(咸陽)을 먼저 공략했다는 소식을 들은 항우가 불같이 화를 내자, 유방은 급히 항우의 군진으로 달려와 해명했다. 아직 세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유방으로서는 굽히는 척 상대방의 위신을 세워 줌으로써 부딪침을 일단 피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성품이 호쾌한 항우는 금방 감정을 풀었으나, 그의 부하들은 이 기회에 유방을 처치하여 후환을 없애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가장 적극적인 사람이 항우의 책사 범증(范增)이었는데, 그는 연회석상에서 유방을 해칠 계략을 꾸몄다.
아무것도 모르는 유방이 항우가 마련한 술자리에서 기분 좋게 잔을 기울이고 있을 때, 항우의 장수 항장(項莊)이 앞으로 나와 말했다.
“소장이 검무를 추어 두 분의 취흥을 돋우어 드릴까 합니다.”
그런 다음 검을 뽑아 휘두르며 덩실덩실 춤을 추면서 유방 쪽으로 주춤주춤 다가가기 시작했다. 단 아래에서 그 광경을 보고 있던 유방의 부하들은 바짝 긴장했다. 항장의 의도가 무엇인지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소장도 같이 어울려 드리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항우의 숙부인 항백(項伯) 역시 벌떡 일어나 검을 뽑아 단 위로 뛰어올라가서 항장의 앞을 가로막고 어울려 함께 검무를 추기 시작했다. 그 바람에 항장은 유방 곁으로 다가갈 수가 없었다. 불빛 속에 두 자루의 검만 눈부시게 돌아갈 뿐 모두 숨을 죽이고 사태의 진전을 지켜보고 있을 때, 장양이 슬며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마침 진영을 돌아보고 오는 번쾌(樊噲)와 만났다.
“안의 사정이 어떠합니까?”
번쾌가 물었다.
“매우 급하게 생겼소. 항장이 검무를 춘답시고 나와서 하는 꼴이 아무래도 우리 주군을 해치려는 의도 같구려.”
“아니, 그게 정말이오?”
번쾌는 금방 표정이 험악하게 변하여 연회가 열리고 있는 장막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앞을 막아서는 항우 쪽의 위사(衛士)들을 한 주먹에 때려눕히고 서슴없이 들어간 번쾌는 모든 시선들이 자기한테로 쏠리는 가운데 두 눈을 부릅뜨고 항우를 노려보았다. 머리카락이 곤두서고 눈시울이 찢어진 그 모습은 실로 지옥의 장수 같았다. 항우가 물었다.
“저 자는 누구인가?”
번쾌가 대답하기 전에 장양이 얼른 나섰다.
“예, 저희 주군의 수레를 호위하는 번쾌라고 합니다.”
“보기에도 장사로구나. 그에게 술 한 잔 내리도록 하라.”
그래서 철철 넘치도록 따른 큰 술잔이 번쾌 앞으로 갔는데, 그는 감사의 군례를 올리고는 선 채로 단숨에 비워 버렸다. 어쩌나 보자고 항우가 돼지 다리 하나를 주자, 그는 방패를 엎어 놓고 그 위에 돼지 다리를 올려놓고는 검으로 찍어 잘라서 입에 넣고 우적우적 씹었다. 항우는 진심으로 감탄하여 말했다.
“참으로 장사로다! 더 마실 수 있겠느냐?”
그러자 번쾌가 쩌렁쩌렁 울리는 소리로 외쳤다.
“소장은 죽음도 피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한 잔 아니라 ‘한 말인들 어찌 사양하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