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 : 동녘 동, 家 : 집 가, 食 : 먹을 식, 西 : 서녘 서, 家 : 집 가, 宿 : 잠잘 숙
풀이
동쪽 집에서 밥을 먹고 서쪽 집에서 잠을 잔다는 뜻으로, 본래의 뜻은 지나친 욕심을 꼬집는 의미였으나, 지조도 없이 이리저리 붙는 처신 또는 한 군데 정착하지 못하는 떠돌이 삶을 의미한다.
유래
옛날 어느 마을에 혼기가 꽉 찬 처녀가 있었는데, 공교롭게도 동쪽 마을과 서쪽 마을 두 곳에서 한꺼번에 청혼이 들어왔다. 그런데 동쪽 마을의 젊은이는 아주 못생긴 추남인 반면에 아주 부유한 집안의 자제였고, 서쪽 마을의 젊은이는 가을무처럼 미끈하게 잘생기기는 했지만 집안이 찢어지게 가난했다. 처녀의 부모는 이 두 혼처 가운데 어느 쪽을 택해야 할지 확신이 서지 않아 고민하던 나머지 본인의 의견을 들어보기로 했다.
“보다시피 한쪽은 재산이 많은 반면 신랑감이 시원찮고, 다른 쪽은 사람 하나는 탐낼 만하지만 사는 게 형편 없어 네가 시집 가면 생활고에 시달릴 게 틀림없구나. 이모저모 생각해도 쉽게 결정하지 못하겠으니, 당사자인 네가 선택해야 할 것 같다. 어떻게 할 테냐?”
아버지의 물음에 처녀는 고개를 숙인 채 말이 없었다. 수줍어서 그러는가 보다 하고 생각한 어머니가 말했다.
“그야 쉽게 입이 떨어지지 않겠지. 만일 동쪽 집에 시집 가고 싶으면 왼쪽 어깨의 옷깃을 내리고, 서쪽 집에 시집 가고 싶으면 오른쪽 어깨의 옷깃을 내리도록 하렴.”
그러자, 처녀는 잠시 망설이더니 갑자기 양쪽 어깨의 옷을 다 내리는 것이 아닌가. 눈이 휘둥그레진 부모가 그 까닭을 묻자, 처녀는 이렇게 대답하는 것이었다.
“‘낮에는 동쪽 집에서 밥을 먹고, 밤에는 서쪽 집에서 자고 싶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