倒 : 거꾸로 할 도, 行 : 행할 행, 逆 : 거스를 역, 施 : 베풀 시
풀이
거꾸로 행하고 거슬러서 시행한다는 뜻이니, 순리와 정도에서 벗어나 일을 억지로 강행하는 폐해를 지적한 말이다.
유래
춘추 시대 초(楚)나라에 오자서(伍子胥)란 사람이 있었다. 그의 아버지 오사(伍奢)는 왕자의 스승이고 형 역시 관직에 있었는데, 비무기(費無忌)라는 간신배의 모략에 걸려 아버지와 형이 죽임을 당하고 말았다. 자기 목숨도 위태롭다고 본 오자서는 깊은 원한을 품고 멀리 도망치기로 했다. 그런데 도중에 친구인 신포서(申包胥)를 만나게 되었다.
“자네 어디로 가는 건가?”
“동쪽 오(吳)나라로 갈까 하네. 지금은 힘이 없어 달아나지만, 이놈의 나라를 멸하여 원수를 갚을 테니 두고 보게.”
오자서의 심정을 이해하는 신포서는 깊은 동정을 표하는 한편, 좋은 말로 다독거렸다.
“자네 마음을 내가 왜 못 헤아리겠는가. 하지만 원한을 슬기롭게 다스릴 줄 아는 사람이 참된 선비일세. 더군다나 사적인 감정으로 자기 나라를 뒤엎겠다는 발상은 듣기에도 거북하네 그려.”
그렇지만 뼈저린 원한에 불타는 오자서의 귀에 그 말이 제대로 들어올 리가 없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언성이 높아졌고, 끝내 친구가 마음을 돌리지 않음에 화가 난 신포서는 얼굴을 붉혔다.
“좋아. 자네가 정 초나라를 멸하겠다면 어디 해 보게나! 나는 역으로 기필코 구해 보이고 말 테니.”
이런 언쟁으로 두 사람은 우정을 깨뜨리고 결별하게 되었다.
양자강을 따라 고생고생 끝에 오나라로 간 오자서는 공자(公子) 광(光)을 사귀었다. 그리하여 광이 사촌 아우인 요(僚)임금을 시해하고 왕위를 찬탈할 때 적극 협조하여 출세의 기회를 잡았다. 이렇게 하여 등극한 오왕이 역사상으로 유명한 합려(闔閭)인데, 특출한 자질을 발휘하여 두각을 나타낸 오자서는 대부(大夫)가 되어 조정 일을 좌지우지하는 실력자로 올라섰다. 그는 합려에게 초나라를 정벌하자고 기회 있을 때마다 설득했다. 그리하여 마침내 왕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 성공한 오자서는 정벌군의 선두에 서서 고국인 초나라로 향했다.
진격에 진격을 거듭한 오나라 군대는 마침내 초나라 도읍인 영(郢)에 들이닥쳤고, 별다른 대비도 없었던 초나라는 난리가 났다. 이때는 이미 평왕이 죽고 소왕(昭王)이 후사를 잇고 있었는데, 소왕은 혼비백산하여 도성을 버리고 달아나 버렸다. 도성을 점령하긴 했으나 살아 있는 평왕에게 직접 복수할 수 없게 된 오자서는 무덤을 파헤쳐 유해를 끌어내어 마구 채찍질을 했고, 그러고도 모자라 뼈를 짓찧어 가루로 만들어 버렸다.
“이 정도로는 내 아버님과 형님의 원한을 풀기에 모자란다. 원수의 아들놈을 붙들어 죽여야만 끝나는 것이다.”
오자서는 이렇게 부르짖으며 부하들로 하여금 소왕을 추적하라고 명령했다. 그때 옛 친구 신포서의 편지가 날아왔다. 행동이 너무 잔혹하지 않느냐고 꾸짖고, 그 정도에서 그쳐 달라고 호소하는 내용이었다. 이에 대해 오자서는 ‘날은 저물고 갈 길은 멀기 때문에 상식에서 어긋나지만[倒行逆施(도행역시)] 무리를 할 수밖에 없다’고 딱 잘라 거절했다. 그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고 판단한 신포서는 북쪽 진(秦)나라에 달려가 애공(哀公)을 붙들고 눈물로 구원군을 요청했고, 그 애소에 감복한 애공은 마침내 출병을 허락했다.
“진나라가 끼어들겠다고? 좋다! 어디 맛을 보여 주지.”
오자서는 투지를 불태우며 이번에는 창끝을 진나라에 겨누었다. 그런데 이때 오나라 국내에 반란이 일어났다. 다급해진 오자서는 진나라와의 결전과 소왕 추적을 포기하고 회군을 서둘렀다. 그리하여 오나라에 돌아오자마자 반란군을 격파해 급한 불은 껐지만, 그를 신임한 합려가 죽고 공자인 부차(夫差)가 왕위를 계승하면서 그의 입지는 눈에 띄게 약화되어 갔다.
부차는 타국 출신으로 자기네 나라에 들어와서 국정을 좌지우지하는 오자서를 평소부터 탐탁하게 여기지 않았는데, 왕권을 쥐게 되자 그 감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던 것이다. 오자서를 시기하던 백비(佰嚭)가 갖은 험담으로 중상모략하자, 부차는 그 말을 전적으로 믿고 오자서로 하여금 자결하도록 명령했다.
“아하, 세상 이치란 결국 이런 것인가!”
오자서는 여전히 해소하지 못한 채 자결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