能 : 능할 능, 書 : 글 서, 不 : 아니 불, 擇 : 가릴 택, 筆 : 붓 필
풀이
글씨를 잘 쓰는 사람은 아무 붓이나 가리지 않는다는 뜻으로, 경지에 오른 사람은 도구나 재료에 구애받지 않고도 자기 실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다는 의미다.
유래
저수량(褚遂良), 유공권(柳公權), 우세남(虞世南), 구양순(歐陽詢)은 글씨에서 ‘당초 4대가(唐初四大家)’로 꼽힐 만큼 대단한 서예가들이었다. 이 중에서도 구양순은 왕희지(王羲之)의 필법을 터득한 후 거기에 자기 개성을 가미한 솔경체(率更體)를 완성한 인물인데, 그는 평소에 붓이나 종이를 가리지 않기로 유명했다. 그만큼 자신감과 능력이 있었기 때문일 터이다. 그에 비해서 저수량은 문방사우를 선택해서 씀에 그렇게 까다로울 수 없었는데, 이 또한 그 나름대로의 자부심과 자신감의 발로였다. 어쨌든 두 사람의 취향과 개성이 이처럼 대조적이었는데, 한번은 저수량이 우세남에게 넌지시 물었다.
“공은 구양순의 글씨와 내 글씨를 비교할 때 어떻다고 생각하시오?”
뜻밖의 질문을 받은 우세남은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솔직히 말한다면 그 사람이 그대보다 윗길이라고 해야겠지요.”
“어째서 그런가요?”
“그대는 종이와 붓을 아주 가려서 쓰지만, 그 사람은 ‘아무 붓으로 아무 종이에나 써도’ 잘 쓰니까요.”
이 판정에 저수량은 대꾸할 말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