囊 : 주머니 낭, 中 : 가운데 중, 之 : 의 지, 錐 : 송곳 추
풀이
주머니 속에 든 송곳이란 뜻이니, 뛰어난 재주나 강한 개성은 도드라져 드러나게 마련이라는 의미다.
유래
전국 시대 말엽, 조나라 혜문왕(惠文王) 때 진(秦)나라가 침공했다. 힘이 상대적으로 약한 조나라는 초나라에 구원군을 요청하여 위기를 극복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외교 사절을 급파하기로 했다.
“이 막중한 대임을 수행하는 데 누가 적임이겠소?”
혜문왕은 신하들을 보고 물었다. 그러자, 모두 이구동성으로 왕의 아우이며 재상인 평원군(平原君) 조승(趙勝)이 최적임자라고 아뢰었다. 그리하여 평원군은 국가 운명을 건 외교를 하기 위해 떠나게 되었다.
집으로 돌아온 평원군은 자기 집에 있는 수많은 식객들 가운데 쓸만한 재주꾼으로 20명을 선발하여 데려가기로 했다. 그리하여 19명은 어렵지 않게 선발했으나, 나머지 1명이 문제였다. 재능 있고 말재간이 탁월하며 반짝이는 재치를 갖춘 인물이어야 하는데, 그런 인물이 얼른 눈에 띄지 않는 것이었다. 평원군이 고심하고 있을 때, 한 식객이 앞으로 나섰다.
“상공, 저를 데려가시지요.”
평원군이 보니까 기억에도 없는 얼굴이었다.
“그대는 누군가?”
“모수(毛遂)라고 합니다.”
“내 집에 와 있은 지 얼마나 되었지?”
“이제 삼 년째입니다.”
그 대답을 들은 평원군은 얼굴을 찌푸렸다.
“‘뛰어난 재주는 숨겨져 있어도 주머니 속의 송곳처럼 밖으로 튀어나와 남의 눈에 띄는’ 법인데, 그대는 내 집에 온 지 삼 년이나 되었는데도 그러지 못했군 그래.”
“그야 상공께서 한번도 저를 주머니에 담아 주시지 않았으니 튀어나오고 말고가 어디 있겠습니까. 이번에 주머니에 담아만 보십시오. 송곳 끝뿐 아니라 자루까지 드러내 보이겠습니다.”
이 재치 있는 대답에 평원군의 표정이 금방 웃음으로 변했다. 평원군은 당장 모수를 수행원으로 선발하여 함께 출발했다. 이윽고 초나라에 도착한 평원군은 왕에게 선물을 진상하고 동맹 체결을 입술이 닳도록 역설했다. 그러나 왕은 고개를 끄덕이기만 할 뿐 확실한 대답을 하지 않았다. 진땀을 흘리며 열심히 설득하고 있는 평원군을 보다 못한 모수가 칼자루에 손을 대고 앞으로 나왔다. 그리고는 왕을 노려보며 큰 소리로 외쳤다.
“동맹하면 이익이 있다는 것은 명백한 이치인데, 임금께서는 왜 그처럼 망설이십니까? 빨리 결단을 내리십시오.”
왕은 깜짝 놀람과 동시에 화가 치밀었다.
“아니, 저 버릇 없는 자는 누구냐?”
“죄송합니다. 제 수행원올시다.”
평원군이 쩔쩔매며 대답하자, 왕은 모수를 보고 말했다.
“과인은 지금 너의 주인과 이야기하고 있다. 건방지게 끼어들지 말고 물러나 있으렷다.”
그러나 모수는 전혀 위축되지 않고 유창한 언변으로 동맹을 역설했다. 비록 그 말투는 무례하기 짝이 없었지만, 왕은 불쾌한 기분으로 귀를 기울이는 동안에 자신도 모르게 빨려 들어갔다. 마침내 완전히 설득당한 왕은 웃으며 말했다.
“선생의 말씀은 참으로 시의적절하고 시원스럽기 그지없소. 과인의 무례를 용서하시오. 동맹을 허락하겠소.”
“감사하오나, 말씀만으로는 의미가 작습니다. 여기에는 그만한 의식(儀式)이 따라야 합니다.”
이렇게 말한 모수는 비둘기와 개와 말의 피를 담은 술잔을 왕에게 올려 먼저 한 모금 입에 대도록 한 뒤 평원군도 마시게 하고, 마지막으로 자기 입에 부어넣었다. 그리고 말했다.
“자, 이로써 하늘이 내려다보는 앞에서 두 나라의 동맹은 결성되었습니다.”
평원군은 모수 덕분에 목적을 이룰 수 있었고, 국빈의 좋은 대접을 받은 다음 기쁜 마음으로 귀국길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