樂 : 즐거울 낙, 而 : 너 이, 思 : 생각 사, 蜀 : 나라이름 촉
풀이
타향 생활이 즐거워 고향 생각을 하지 못한다는 뜻이니, 눈앞의 즐거움에 빠져 근본을 망각하는 잘못을 지적하는 말이다.
유래
삼국 시대 말기, 촉한(蜀漢)의 유선(劉禪)은 아버지 유비(劉備)가 제갈량(諸葛亮)과 관우(關羽), 장비(張飛) 등 충신들의 도움을 받아 뼈를 깎는 노력 끝에 간신히 세운 나라를 하루 아침에 말아먹은 무능한 임금이었다. 등애(鄧艾)가 거느린 위나라 대군이 요해를 돌파하여 물밀듯이 쳐들어오자, 유선은 눈물을 머금고 스스로 몸을 묶어 나아가 항복하고 말았다.
성도에 입성한 등애는 유선에게 표기장군(驃騎將軍)이란 상징적인 직위를 부여하고 성 안 백성들을 위무하여 안심시킨 다음, 유선을 데리고 낙양으로 돌아갔다. 위나라의 실력자인 사마소(司馬昭)는 유선을 꾸짖었다.
“그대는 한 나라의 주인된 몸으로서 갖추어야 할 도리를 망각했을 뿐 아니라, 방탕하고 어리석고 음란하여 실로 그 죄가 크다. 그래 가지고서야 어찌 나라를 보전하랴. 마땅히 죽음으로써 죄갚음을 해야 하리라!”
유선은 기가 막히고 눈앞이 캄캄했다. 엎드려 진땀만 흘릴 뿐이었다. 보다 못한 위나라 대신들이 나서서 유선을 변호해 주었다.
“촉한의 후주(後主)가 비록 그릇 됨됨이가 옹졸하기 그지없으나, 일찍 항복하여 군사들의 사상(死傷)을 덜어 주고 백성들의 고난을 그나마 막아 준 점은 인정해도 괜찮으리라고 봅니다. 천하의 대의를 감안해서라도 선처해 주시지요.”
그제서야 사마소는 유선을 용서하고 안락공(安樂公)이라는 봉호를 내렸다. 어느 날 사마소는 유선을 불러 위로 잔치를 열었다. 먼저 위나라 춤과 노래가 질탕하게 어우러졌다. 승리를 자축하는 듯한 그 춤사위와 가락에 유선의 수행원들은 망국의 슬픔에 눈물을 흘렸지만, 정작 유선은 고개를 끄덕이며 흥겨워했다. 사마소는 이번에는 촉나라 사람들로 하여금 그들의 복색으로 그들의 노래를 연주하게 했다. 촉나라 관원들은 망향과 통한의 눈물을 흘렸으나, 유선은 즐기고 있었다.
“공께서는 촉(蜀)이 그립지 않으시오?”
사마소가 은근한 경멸을 담아 묻자, 유선은 서슴없이 대답했다.
“이곳의 생활이 즐겁다 보니 촉의 일은 조금도 생각나지 않습니다.”
기가 막힌 시종이 나중에 가만히 충고했다.
“다음 번에 또 그런 질문을 받으시면, 매우 슬픈 표정으로 ‘하룬들 촉을 생각하지 않는 날이 어디 있겠습니까.’ 하고 대답하십시오. 어쩌면 돌아가도록 선처를 베풀어 줄지도 모르니까요.”
그 말에 귀가 솔깃해진 유선은 다음 번 술자리에서 사마소로부터 똑같은 질문을 받자, 시종이 시킨 대로 했다. 그렇지만 그 표정은 진짜 슬픔을 나타낸 것이라기보다 어릿광대의 희극적 표정이라고 할 만했다. 이미 유선의 일거수일투족을 낱낱이 알고 있는 사마소는 싱긋 웃고 말했다.
“어째 지금 그 말씀은 공의 시종이 시킨 데 따른 것이 아닌지 모르겠구려.”
보통 사람 같으면 간이 철렁할 노릇이건만, 유선은 히죽 웃으며 스스럼없이 대답했다.
“그걸 어떻게 아셨습니까? 사실은 그렇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