九 : 아홉 구, 牛 : 소 우, 一 : 한 일, 毛 : 털 모
풀이
아홉 마리의 소 중에서 뽑은 한 올의 털이라는 뜻이니, 많은 것 중의 가장 적은 것을 일컫는다.
유래
한(漢)나라 무제는 정사에 밝은 반면 냉혹한 철권 통치로 유명한 황제였다. 북쪽의 흉노가 국경을 침범하고 노략질을 일삼자, 무제는 기원전 99년에 장군 이능(李陵)을 보고 말했다.
“그대는 즉시 5천 정병을 거느리고 달려가서 오랑캐를 무찌르고 국경을 조용하게 하라.”
명을 받은 이능은 즉시 출병했고, 그리하여 한바탕 싸움이 벌어졌다. 흉노는 원래 주로 말을 타고 생활하는 민족이기 때문에 기병이 강했으며 더군다나 군사의 수효에서도 월등했다. 그런 불리한 조건에서도 이능은 한동안 잘 싸웠으나, 결국 중과부적으로 패하여 적에게 사로잡히고 말았다. 그러나, 흉노는 그의 무예와 인품을 아깝게 여겨 죽이지 않고 후대했다. 이 소식이 한나라 조정에 전해지자, 무제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누대에 걸쳐 나라의 은혜를 입고서 그런 배은불충한 놈이 있나! 놈의 일족을 모조리 참형에 처하라!”
황제의 추상같은 엄명이 떨어지자, 그 성질을 아는 신하들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이능을 변호하는 소리를 하다가는 어떤 꼴을 당할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이때 나선 사람이 태사령(太史令)인 사마천(司馬遷)이었다.
“폐하, 이능은 결코 목숨이 아까워 오랑캐한테 투항할 인물이 아닙니다. 고작 5천의 보병으로 수만 명 기병을 상대하여 싸우는 것부터 무리였습니다. 신이 생각컨대 그는 훗날을 기약하고 일시 수치를 감수하고 있을 것이 틀림없습니다. 노염을 푸시고 잠시 달리 생각하심이 어떻겠습니까?”
“뭐가 어째? 네놈이 감히 무엄하게 짐의 뜻을 가로막겠다는 것이냐? 여봐라, 저놈을 당장 끌어내어 궁형(宮荊)에 처하라!”
궁형은 생식기를 잘라 버리는 수치스런 형벌로서, 남자라면 목을 베이는 것보다 나을 것이 없었다. 무제의 이런 처사에 이번에도 대신들은 목을 움츠리고 입을 다물었다. 하루 아침에 고자가 된 사마천은 친구인 임안(任安)에게 편지를 띄워 참담한 심정을 토로했다.
“설령 내가 법에 따라 처형을 당해도 ‘아홉 마리 소 중의 터럭 한 올[九牛一毛(구우일모)]’ 없어지는 것과 같겠지. 그리고 세상 사람들 또한 내가 선비의 기개를 지키려 했다고 생각하기 보다는 나쁜 말로 큰 죄를 지어 어리석게 죽었다고 비웃겠지.”
사마천은 사관(史官)이었던 아버지의 간곡한 유언에 따라 줄곧 고대 역사서 『사기(史記)』를 집필하고 있었기 때문에 죽고 싶어도 죽을 수가 없었다. 그로부터 2년 후 마침내 불후의 명저 『사기』 130권이 완성되어 오늘에 전해지고 있다. 고자가 된 수치심으로 모든 세속적 욕망을 접고 두문불출하게 된 것이 오히려 집필에 전념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