曠 : 멀 광, 日 : 날 일, 彌 : 많을 미, 久 : 오랠 구
풀이
날을 비워 둔 지가 오래되었다. 즉, 긴 세월을 헛되이 보낸다는 뜻이다.
유래
전국 시대 조(趙)나라 혜문왕(惠文王) 때, 연(燕)나라가 침범해 왔다. 당황한 혜문왕은 급히 제(齊)나라에 사신을 보내어 도움을 청했다. 제수(濟水) 동쪽의 성 세 개를 넘겨 주는 조건으로 제나라의 명장 전단(田單)을 파견해 달라고 한 것이다. 전단은 지난날 연나라가 제나라를 공격해 왔을 때 쇠뿔에 칼을 잡아매고 꼬리에는 기름 적신 갈대 다발을 매달아 불을 당겨 소떼를 놀라게 해 조나라 군진으로 돌진하게 함으로써 싸움에서 이긴 일로 유명하다. 조정의 공론이 그런 방향으로 흘러가자, 조나라 장수 조사(趙奢)가 발끈해서 재상 평원군(平原君)에게 대들었다.
“아니, 우리 조나라에는 사람이 없단 말씀입니까? 나는 일찍이 연나라에 가 있었기 때문에 그쪽 사정을 훤히 잘 압니다. 나한테 지휘를 맡겨 주시면 기필코 승리하겠습니다.”
그러나 평원군은 고개를 저었다.
“장군은 더 이상 왈가왈부하지 마시오. 이 건은 내가 제안한 것이고, 전하께서도 찬성하신 일이란 말이오.”
그래도 조사는 물러나지 않았다.
“이건 큰 실수를 하는 겁니다. 제나라와 연나라가 원수지간인 것은 틀림없지만, 전단이 뭐가 답답해서 남의 나라를 위해 전심전력으로 싸우겠습니까? 우리 조나라가 강성해지면 자기네 ‘나라의 패업(覇業)에 방해만 될 것이라 생각하여, 군권을 장악한 채 쓸데없이 세월만 죽일 겁니다[曠日彌久(광일미구)].’ 두 나라가 군사력을 똑같이 소모하도록 말이지요. 두고 보십시오.”
그래도 평원군은 조사의 충언을 일축해 버리고 다른 나라 장수 전단을 맞아들여 조나라군 지휘권을 맡겼는데, 아니나다를까, 조사의 예측대로 싸움은 장기전 양상으로 질질 끄는 바람에 병력만 축내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