家 : 집 가, 徒 : 다만 도, 壁 : 벽 벽, 立 : 설 립
풀이
집 안에 살림살이 하나 없이 사방으로 벽만 둘러져 있다. 즉, 몹시 가난하다는 뜻이다.
유래
전한(前漢)의 성도(成都) 사람 사마상여(司馬相如)는 학문과 무예가 뛰어나고, 음률에도 조예가 깊어 거문고를 잘 탔으나, 집이 가난하여 결혼도 못하고 있었다. 왕길(王吉)은 임공현(臨邛縣)의 현령으로, 사마상여와는 절친한 사이였다. 그는 딱한 사마상여의 처지를 모면해 주려고 꾀를 냈다.
“자네 언제까지 그대로 살 작정인가? 내가 장가를 보내 줘야지 안 되겠군.”
“말씀은 고마우나, 제 처지가 그야말로 ‘가도벽립’인데, 무슨 수로 장가를 가겠습니까.”
“글쎄, 아무 소리 말고 내가 시키는 대로 하게.”
왕길은 사마상여에게 수단을 일러 준 다음, 탁왕손(卓王孫)이라는 부잣집에 데리고 갔다. 탁왕손은 두 손님을 기쁘게 맞이하여 성대한 주연을 베풀었다. 한참 술잔이 오고 갔을 때, 왕길은 사마상여에게 거문고 탄주를 짐짓 부탁했다. 사마상여가 뜯는 거문고의 그 절묘한 가락은 듣는 이의 심금을 울리고도 남았다.
이때, 병풍 뒤에서 얼굴만 내밀고 사마상여의 탄주를 지켜보던 한 여인이 있었다. 집주인의 딸 탁문군(卓文君)이었다. 남편과 사별하고 친정에 돌아와 있었다. 그녀와 눈길이 마주치자, 사마상여는 다른 곡으로 가락을 바꾸었는데 남녀의 사랑을 노래한 봉구황(鳳求凰)이란 노래로서, 은근한 유혹의 뜻을 담고 있음은 말할 것도 없었다. 음악을 좋아하는 탁문군은 금방 사마상여에게 홀딱 반하고 말아, 그 날 밤 집을 나와 사마상여한테 달아나 버렸다. 딸이 형편 없는 가난뱅이와 눈이 맞은 것을 안 탁왕손은 분노하여 소리쳤다.
“못난 것! 한 푼도 도와주지 않을 테다.”
그런 것에 사마상여와 탁문군은 개의치 않았다. 집이라고 해야 벽뿐인 가난한 살림이었지만, 열정에 불타는 두 사람은 마냥 행복하기만 했다. 하지만 먹고는 살아야 했으므로 그들은 술집을 차렸다. 이렇게 되자 탁왕손도 두 손 들지 않을 수 없었다. 딸이 주모에다 술자리 접대부 노릇을 하니, 세상에 대한 자기 체면이 말이 아니었기에 어쩔수 없이 결혼한 딸에 합당한 재산을 떼어 주었다. 결국, 사마상여는 아름다운 아내를 얻은 데다 많은 재산까지 얻게 되었다.